루아르 – 카베르네 프랑 - 도멘 드 팔루스 예찬
루아르 Loire
루아르Loire는 프랑스에서 가장 넓은 산지이면서 다양한 와인을 생산한다. 상세르와 푸이 퓌메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화이트 와인이며, 카베르네 당주Cabernet d’Anju 같은 로제 와인과 시농Chinon 같은 레드 와인은 주변에서 흔히 보기 어렵지만, 프랑스에서는 인기가 대단히 높다(특히 시농은 루아르의 50여 개 와인생산지역 중에서도 가장 명성이 높은 곳이다).
루아르의 와인생산지역은 서늘한 북부 기후의 영향을 받으며, 옛날부터 테루아와 포도 품종 고유의 풍미를 순수하게 표현해내는 와인을 만드는데 주력해온 산지이다. 와인양조자들은 양조에 최소한으로 개입하며, 노골적이고 고급스런 양조 기술의 도입 또한 최소화한다. 이곳의 정상급 일류 와인생산자들의 목표는, 과일의 풍미와 산뜻한 천연 산도 같은 고유의 훌륭한 특징을 보존하는 것이다.(더와인바이블, 캐런 맥닐, 2010)

[사진]출처 _ 루아르와인협회
카베르네 프랑 Cabernet Franc
루아르에서 가장 유명한 세 군데의 레드 와인 생산지는 시농, 부르게이, 생니콜라 드 부르게이인데, 대서양의 영향을 받는 이들 지역에서는 카베르네 프랑으로 풋풋한 산딸기향과 새로 깎은 연필냄새가 나는 강건한 와인을 만든다. 평범한 해에 생산된 자줏빛 햇와인도 몇 달 묵혀 차게 마시면 훌륭한 맛을 내지만, 뛰어난 해에 생산된 와인은 10년쯤 숙성하면 고급 보르도 와인과 같은 견고함과 구조감을 지닌다. 파리의 레스토랑에서는 세 곳 와인 중 적어도 한 가지 이상은 반드시 구비하고 있으며, 특히 여름에는 만지면 차가울 정도의 온도로 서빙한다.
이 세 곳의 와인은 빈티지에 따라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데, 카베르네 프랑 품종이 완벽하게 잘 익은 성공적인 해에는 와인에 라즈베리, 제비꽃, 카시스, 가시덤불/향신료의 풍미가 터질 듯 풍성하게 채워진다(여건이 좋지 않은 해에는 묽은 맛을 낼 수 있다). 이 중에서도 시농이 대체로 가장 부드럽고 우아한데, 이 지역의 토양들은 마치 모자이크처럼 이어져있으며 최근 들어 토양에 따라 따로 양조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100년 전만 해도 시농의 와인은 보르도의 마고 와인과 동급으로 여겨졌다. 현재도 힘이나 구조감에서는 밀릴지언정 고풍스런 매력만큼은 놀랄 만큼 유사하며, 생산량도 계속 늘고 있다(‘와인 아틀라스’ p122).

[사진] 루아르의 대표적인 청포도 품종으로는 단연 소비뇽 블랑과 슈냉 블랑을 들 수 있으며, 카베르네 소비뇽, 피노 누아, 가메, 그롤로 같은 토착 품종을 비롯하여 7가지 다른 적포도 품종을 재배한다. 하지만 최고급 레드 와인과 로제 와인은 대부분 카베르네 프랑으로 만든다. 루아르의 레드 와인은 북부 기후의 특징을 뚜렷하게 드러내는데, 산도가 상큼하게 느껴지는 가벼운 와인으로 살집이 많지 않고 풀보디하지 않다는 점 때문에 높이 평가 받는다.(좌)소비뇽 블랑 (우)카베르네 프랑
도멘 드 팔루스 Domaine de Pallus
“훌륭한 카베르네 프랑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 베르트랑 수르데”
도멘 드 팔루스Domaine de Pallus는, 2008년에 와인평론가 로버트 파커가 루아르 중부의 레드 와인 생산 지역을 지나던 중 유일하게 방문한 와이너리다. 파커는 프랑스의 미래를 이끌어갈 천재 와인메이커(베르트랑 수르데 Bertrand Sourdais)가 고향인 시농으로 돌아와서 만든 새로운 와인을 몹시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수르데가 주요 와인평론가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그가 25세였던 당시(2004년) 열렸던 스페인과 프랑스 와인 비교 시음회에서, 그가 만든 Atauta 와인(스페인의 리베라 델 두에로 지역에서 생산)이 두각을 드러내면서부터였다(이 와인은 1994 Vega Sicilia와 비슷한 평가를, 2000 Chateau Latour보다는 나은 평가를 받았다).
수르데는 보르도 대학에서 공부를 마치고 보르도의 샤토 무통 로칠드, 칠레의 산타 리타 등에서 와인양조 경력을 쌓은 후, 스페인 와인산업의 신세대 대표주자 알바로 팔라시오Alvaro Palacios와 가깝게 지내며 스페인의 리베라 델 두에로 지역에서 와인을 만들기 시작하였다. 수르데는 “스페인으로 건너갔을 당시 내 손에 들려있던 것은 포도나무 가지치기를 할 때 사용하는 도구 하나였다”고 회상한다. 그러나 그가 스페인에서 스타덤의 반열에 오르는 동안, 그의 고향인 시농에 대한 열정과 그 지역 상징인 카베르네 프랑에 대한 그리움은 계속 남아 있었다. 2000년대 초반, 결국 그는 고향으로 돌아가 아버지로부터 양조장을 이어받아 위대한 과업을 달성하려는 결심을 굳히게 된다. 스페인에서 와인을 만들면서 깨닫고 체득한 양조자로서의 신념을 고향에서도 고스란히 펼치고 싶었던 것이다.
시농의 토양과 고전적인 전통을 존중하며 와인을 생산하고자 했던 수르데는, 오랫동안 이 지역에 존재해왔던 잘못된 관행이나 근대적인 와인양조가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를 피해야 한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세계대전 이전까지만 해도 이 지역 사람들은 가메 같은 품종으로 만든 와인을 일상적으로 즐겼고, 카베르네 프랑은 비쌌기 때문에 특별한 날에나 마셔야 했다. 하지만 전쟁이 끝나자 사람들은 경제력을 회복하기 위해 너도나도 비싼 카베르네 프랑을 재배하기 시작하였고, 이렇게 대량으로 만들어지는 와인의 품질은 낮아질 수 밖에 없었다. 그가 끊임없이 “카베르네 프랑이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가치”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게 된 것은 바로 이런 이유였다.
스페인에서와 마찬가지로 그는 포도나무 한 그루마다 그 잠재력을 최대화하기 위해 정성을 기울였고 (냉해라도 닥치면 수확량이 엄청나게 줄어드는 위험에도 불구하고, 가지치기할 때 단 한 송이만 남겨둘 정도로 품질 관리에 철저하다!) 루아르의 많은 생산자들이 그러하듯 바이오다이나믹 농법으로 포도밭을 관리하였다. 양조과정도 철저히 조율해 나갔는데, 시농의 진정한 개성을 반영하기 위해 30일 가량으로 침용 기간을 늘린 것을 비롯해, 보르도의 유명 샤토에서 사용하던 중고 오크통에서 와인을 18개월이라는 오랜 시간 동안 숙성시키는 것, 인위적인 개입을 최소화하고 병입을 늦추는 것 등이 중요한 변화였다.

사실 도멘 드 팔루스의 카베르네 프랑이 보여주는 진정한 미덕은, 뛰어난 테루아와 더불어 베르트랑 수르데의 손끝에서 벌어지는 마술, 즉 블렌딩에서 비롯된다. 그가 털어놓다시피 “도멘 드 팔루스의 두 와인-팡세와 팔루스-의 품질을 유지하려는 노력은 정교한 블렌딩에서 그 정점을 찍는다”. 도멘 드 팔루스의 세컨드 와인인 ‘팡세 드 팔루스Pensees de Pallus’(Pensees는 포도밭 근처에 핀 팬지 꽃을 따서 붙인 이름)는 시농의 여러 포도밭에서 재배한 포도를 섞어 만든 와인으로, 시농 지역의 특성을 그대로 보여주고자 하는 수르데의 염원이 담겨 있다. 반면 ‘팔루스 Pallus’는 세 개의 뛰어난 특정 포도밭에서 재배한 포도를 섞어 만드는데, 작황이 좋은 해에만 극소량(1200병 정도) 생산된다. 테루아에 대한 수르데의 자신감은 다음과 같은 그의 말에서 잘 드러난다. “도멘 드 팔루스의 포도밭은 설사 작황이 좋지 않은 해라도 균등한 와인의 품질을 보장할 만큼 뛰어나다.”
(좌) 팡세 드 팔루스 Pensees de Pallus
부르고뉴를 연상하는 꽃향기와 함께, 테루아를 드러내는 흙 냄새의 뉘앙스가 이어진다. 첫 맛은 가볍게 느껴지지만 점차 입안에서 음미할수록 깊이가 느껴진다.
(우)팔루스 Pallus
세 개의 포도밭에서 가장 좋은 포도만 골라서 소량 생산되는 와인으로, 쉬농 지역의 특성을 뚜렷하게 반영하면서도 다른 쉬농 와인들과 비교했을 때 훨씬 부드럽고 밸런스가 좋으며 풍부한 풍미를 자랑한다.
이 두 와인 모두 작황이 우수한 해에는 라즈베리, 제비꽃, 스파이시한 카시스의 향을 발산하며, 이 풍부한 풍미는 특히 음식과 함께 마실 때 더욱 강하게 두드러진다. 다소 높은 산도를 지니고 있더라도, 여름에 차갑게 해서 마시면 가셨던 입맛도 돌아오게 만든다.
문의 _ 나라셀라(02-405-4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