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인가 와인인가?



본인이 좋아하는 영화배우 또는 가수가 와인을 만든다면 그 와인의 맛이야 크게 상관이 있을까? 젊은 시절 스팅Sting의 ‘Englishman in New York’을 수십 번씩 반복듣기 했던 사람이라면, 그가 만든 와인을 어렵사리 한 병 구했다 하더라도 쉽게 비워버릴 수는 없을 것이다. 와인을 마셔버렸다 하더라도 그 빈 병을 장식장 안에서 오랫동안 간직하게 될 수도 있다. 십여 년 전쯤 이탈리아 플로렌스의 한 마을에 15세기에 지어진 아름다운 포도원(Tenuta il Palagio)을 사들인 스팅은, 실제로 유기농법으로 산지오베제,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같은 포도품종을 재배하여 와인을 만들고 있으며 이 밖에 올리브, 꿀, 야채, 가축도 기르고 있다.

열망해 오던 누군가를 위해 직접 와인을 만들어 헌정하는 것도 꽤 낭만적이다. 핵물리학자였던 안토니오 테르니는 밥 딜런Bob Dylan을 너무나 좋아한 나머지 1974년에 출시된 딜런의 앨범 타이틀을 따서 Planet Waves라는 와인을 만들었다. "딜런의 양면성을 반영한 와인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몬테풀치아노는 모난 듯하며 까다롭고 예측할 수 없는 그를 닮았다. 반면 메를로는 부드럽고 친근한 그의 또다른 모습을 닮았다." 2002년 빈티지의 이 와인은 몬테풀치아노(75%)와 메를로(25%) 품종을 블렌딩한 프리미엄급 와인으로, 단 415 케이스밖에 생산되지 않았다.

영화 E.T. 하면 떠오르는 배우가 있다. 바로 드류 배리모어Drew Barrymore다. E.T. 이후로 그녀는 일약 스타 아역 배우로 알려졌고 이후 다방면에서 꾸준한 활동을 펼쳐왔다(E.T.의 아역배우를 떠올리기 힘들다면 영화 Charlies Angels을 떠올려보라). 최근 그녀는 영화감독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영화배우 댄 애크로이드 그리고 안토니오 반데라스 등 영화계 출신의 와인생산자 대열에 합류하였다. "새로운 땅과 새로운 포도품종들을 발견할 때마다 와인은 마치 여행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 친구들과 가족들 그리고 와인을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내가 만든 와인을 나눈다는 사실에 매우 흥분된다." 배리모어가 생산하는 와인은 이탈리아의 피노 그리지오 품종으로 만든 와인으로, 생기 있고 과일 풍미가 가득한 화이트 와인이다. 이 와인의 레이블은, 2008년 제작한 버락 오바마의 포스터 "HOPE"로 유명한 예술가 쉐퍼드 퍼리Shepard Fairey가 디자인했다.


국내에는 어떤 와인이 들어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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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 "Midnight Express" 등 걸출한 영화의 촬영 감독을 맡았던 마이클 세레신Michael Stephen Seresin. 그는 근래 뉴질랜드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호평 받고 있는 와이너리인 세라신 에스테이트Seresin Estate를 소유하고 있다. 세라신은 1990년대 후반 유기농법을 도입하여 와인의 품질 향상을 꾀하는 한편, 와인 양조 과정에 개입하는 것을 최소화함으로써 자연스럽고 부드러우며 개성이 뚜렷한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국내에는 피노 누아, 리슬링, 소비뇽 블랑으로 만든 와인들이 소개되고 있다.(사진 왼쪽. 수입_ 비티스 02-3455 0391)


1972년 이후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마피아 영화의 최고봉으로 여겨지는 "대부", 월남전을 배경으로 전쟁의 딜레마를 적나라하게 파헤친 "지옥의 묵시록" 등은 영화산업의 거장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Francis Ford Coppola 감독의 작품이다. 1975년 코폴라 감독은 캘리포니아 나파 밸리의 포도밭을 구입한 이후로 대표적인 와인 브랜드 루비콘Rubicon 와인을 내놓았고, 결국 캘리포니아의 와인 대부라는 별명까지 얻게 되었다. 이 와인의 유명세는 와이너리로 엄청난 수의 방문객들을 끌어들였으며, 이 때문에 코폴라 감독은 캘리포니아 소노마 지역에 레스토랑과 테이스팅 룸이 딸린 새로운 와이너리를 설립해야 했다.(사진 중앙. 수입_꺄브드뱅 02-786-3136)


가난한 스페인 이민자에서 유명한 헐리우드 배우로 변신한 장 레옹(본명 Ceferino Carrion)은 1964년 그의 고향인 스페인의 페네데스에 장 레옹 와이너리를 설립하였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 자신이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 레옹은, 남은 여생을 자신이 좋아하는 와인을 싣고 요트 여행을 다녔다고 한다. 그리고 30년간 자신의 절친했던 친구이자 선의의 경쟁자였던 스페인 와인 업계의 대부 미구엘 토레스Miguel Torres에게 “내 양조장을 스페인 사람인 당신이 맡아주게나. 그리고 지금 나와 당신이 만드는 것처럼 세계 최고의 와인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하였으며, 현재 토레스의 장녀 미레아 토레스가 이 와이너리를 운영하고 있다. (사진 오른쪽. 수입_ 신동와인 02-794-4531)


와인이 시시한 공산품에 그쳤다면, 예술가의 감성을 지닌 배우나 가수, 영화감독들이 과연 와인을 만드는 일에 뛰어들었을까. 그들에게 와인은 영화나 노래처럼, 어쩌면 자기자신을 만인에게 드러내는 또 다른 매개체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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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을 만드는 것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비단 예술적 감수성을 지닌 이들만은 아니다. 1976년 프로 골퍼로 데뷔한 닉 팔도Nick Faldo는 호주를 방문했다가 우연히 한 포도원을 방문하게 되었고, 그때부터 쿠나와라 지역에서 생산되는 와인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다. 결국 그는 와인 기업인 윙가라Wingara 그룹과 와인 생산을 위한 계약을 맺고 포도수확에서부터 양조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 참여하였으며 마침내 자신의 이름을 붙여 닉 팔도 와인을 탄생시켰다.(사진 왼쪽_수입사 미정)


‘백상어’라는 별명을 지닌 호주의 골프 영웅 그렉 노먼Greg Norman 역시 자신이 소유한 와이너리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와인을 생산해 오고 있다. 그가 와인에 빠져들게 된 것은 1970년대 유럽에서 활동하는 동안프랑스 와인에 깊이 매료되면서부터였다. 그는 골프 투어를 위해 방문하는 각 지역에서생산되는 와인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결국 1999년에 울프 블라스Wolf Blass의 수석 와인메이커 크리스 해처를 파트너로 영입하여 Greg Norman Estates를 출범시켰고, 그 여세를 몰아 지금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도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사진 중앙. 수입_ 나라셀라 02-405-4300)


명품 구두업체 토즈Tod’s의 CEO로서 세계적인 패션사업가로 알려진 스테파노 신치니Stefano Sincini는,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에 피아니로씨Pianirossi 와이너리를 소유하고 있으며 1999년부터 와인을 만들고 있다. 그의 와인은 토스카나 전통 품종인 산지오베제를 중심으로 몬테풀치아노와 카베르네 소비뇽, 프티 베르도를 적절히 혼합시킨 독창적인 와인이다. 와인 레이블의 붉은 점은 '붉은 흙'을 상징하며, 동시에 와인을 향한 그의 열정을 드러낸다. "명품을 만드는 것과 와인을 만드는 것은 둘 다 섬세한 작업이다." 품격 있고 강한 개성을 갖고 있으면서도 오래된 친구처럼 친숙함을 전달하는 것은 토즈와 피아니로씨의 공통점이다.(오른쪽. 수입_ 나라셀라 02-405-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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