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소비자를 위한 마트와인 구매가이드 [3]


PB 와인 & 와인장터






글 _ 박경태(와인라운지 클라레 공동대표)




▶ PB와인

앞서 ‘똑똑한 소비자를 위한 마트와인 구매가이드 [2]’편에서 PB(Private Brand) 와인에 대해 간단히 언급하였다. ‘PB 상품’은 유통업체에서 직접 상품을 기획하고 생산자에게 의뢰하여 OEM 방식으로 생산하는 상품을 의미하는데, 이마트/신세계의 G7, 코스트코의 커클랜드 시그너쳐(Kirkland Signature), 홈플러스의 Tesco 와인 등이 PB 상품의 예이다. 단, 이마트/신세계의 G7은 진정한 의미의 PB와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G7은 신세계의 자회사인 신세계 L&B에서 수입하여 이마트/신세계에 독점 공급하는 상품일 뿐이기 때문이다.


커크랜드 시그너쳐Kirkland Signature 와인

커클랜드 시그너쳐는 코스트코 고유의 PB 브랜드로서 미국 본사에서 주로 기획/개발을 하고 있는데, 시리얼과 베이컨 같은 가공 식품류에서부터 샴푸/린스, 여성용 화장 브러쉬는 물론 와인까지 같은 브랜드로 선보이고 있다. 커클랜드 시그너쳐 와인은 프랑스의 보르도/부르고뉴/샹파뉴/론 지역을 비롯하여 이탈리아의 토스카나와 뉴질랜드 등 실로 다양한 와인을 기획하고 있다(미국 회사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캘리포니아 와인이 가장 많다). 하지만 아쉽게도 국내에는 샴페인을 비롯하여 캘리포니아 지역의 3-4개 와인만 수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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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트코의 커클랜드 시그너쳐 와인, 나파밸리의 러더포드 마을 매리티지 레드와인과 샹파뉴에서 생산된 샴페인]


테스코Tesco 와인

테스코 와인은 영국의 테스코 본사에서 기획한 PB 와인인데 국내에는 홈플러스를 통해서 엄청나게 다양한 테스코 와인을 선보이고 있다. 코스트코의 커클랜드 시그너쳐 와인과는 달리, 테스코 와인은 국내에 적어도 100종류 이상이 소개되고 있다. 테스코 와인은 간단하게 다음과 같이 분류할 수 있다.

◆ Tesco Non Vintage Wines - 빈티지 표기를 하지 않는 와인 (저급)
◆ Tesco Vintage Wines - 빈티지 표기를 하는 와인
◆ Tesco Finest Wines - 파이니스트 시리즈 와인 (고급)

일반적인 테스코의 와인은 빈티지와 넌빈티지(이하 NV, Non Vintage) 와인으로 나눌 수 있는데 NV 와인을 만드는 이유는 단가를 낮추기 위해서이다. 이들 와인이 NV로 출시되는 이유는 여러 해의 와인을 섞어서 만들기 때문이 아니라 단지 레이블 인쇄를 한번에 하기 위해, 그리고 매년 거쳐야 하는 식품검사를 피하기 위해서이며(영국은 물론 테스코가 진출해있는 13개 국가에서도 식품 검사는 하고 있다) 그만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테스코 빈티지 와인이 수확연도를 표기하는 이유는 그만큼 고급임을 입증하기 위해서이다. 예를 들어 프랑스의 AOC급 이상의 와인들에는 빈티지를 표기한다. 그러나 실제로 맛을 보면, NV 와인도 놀라울 정도의 품질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굳이 빈티지 와인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 테스코 빈티지 와인은 지역단위 와인은 물론 마을 단위의 와인까지 매우 광범위하게 생산하고 있고, 해당 생산 지역의 표준적인 풍미를 보여주기 때문에 제법 인기가 있다.

테스코 파이니스트 시리즈는 테스코의 와인 바이어 중 영국 본사의 MW(Master of Wine)인 로라 즈웰(Laura Jewell)이 선정한 프리미엄급 와인으로, 전체 108종 중에서 20여종이 국내에 수입되고 있다. 파이니스트 와인은 대체로 프랑스, 이태리, 스페인 등 유럽 와인 산지의 명망 있는 생산자들이 만든 와인이며 가격이 매우 저렴하다. 이를테면 파이니스트 샤토네프 뒤 파프는 정상판매가가 45000원이지만 39000원까지 할인되기도 한다. 스페인 리오하 지역의 비냐 마라 그란 레세르바(Vina Mara Gran Reserva) 2001의 경우 정가가 29800원이지만 25000원까지 할인되기도 했다.

테스코 파이니스트 와인이 모두 훌륭한 것은 아니지만, 국내에 수입된 모든 파이니스트 와인을 시음해보면 가격대비 만족도가 매우 높고, 테스코가 가진 훌륭한 자산을 홈플러스가 매우 합리적인 가격으로 국내 와인시장에 선보이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홈플러스 와인의 미래는 파이니스트 시리즈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이를 통해 마트 와인 시장의 잠재력이 더 커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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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인장터

매년 봄과 가을이면 주요 와인숍을 비롯하여 백화점, 롯데마트, 이마트, 홈플러스, 킴스클럽 등 대다수의 마트들이 와인장터를 열고 와인 애호가들은 열성적으로 와인을 구매한다. 이마트의 모 점포에서는 하루만에 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는 이야기가 들릴 정도로 장터 행사는 와인 유통업계의 트랜드로 자리잡았으며, 이 여파로 인해 동네 와인숍까지도 장터행사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봄/가을 시즌에 와인장터를 하는 이유는 크게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명절선물로 기획했던 와인들 중 팔리지 않고 남은 재고를 소진시키기 위해, 두 번째는 악성재고 혹은 끓어 넘쳤거나 레이블이 파손되는 등 품질에 문제가 있어서 반품된 와인들을 제거하기 위해서이다. 즉 팔리지 않거나 팔 수 없는 재고를 소진하기 위해서인 것이다. 이런 와인들을 팔기 위해 대개 공급가 이하로 가격을 파격적으로 낮추고 대대적으로 홍보해서 고객들을 끌어 모으는데, 문제는 여러 군데의 매장에서 동시에 세일을 할 만큼 와인의 종류가 다양하지 않다는 것과, 품질에 심각한 문제를 가진 와인이 많다는 데에 있다.

장터 행사를 많이 다녀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서로 다른 매장의 와인 장터라 할지라도 특별하거나 독특한 와인은 거의 없으며 비슷비슷한 종류에 가격도 거의 같다.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장터 행사의 본질이 마트의 창고를 개방하는 것이 아니라 수입사의 창고를 개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수입사에서 와인숍에 공급하는 아이템들은 한정되어 있고 장터 행사를 여는 와인숍이 많다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어떤 와인숍의 와인장터를 가든지 와인의 종류는 뻔하고 건질만한 아이템도 별로 없는 것이다. 게다가 장터 행사로 인해 가격이 한차례 내려간 와인을 다시 정상가격으로 회복시킬 경우 판매가 매우 어려워지기 때문에 수입사들은 와인장터에 시장성 없는 와인들만 내놓게 되고, 이런 와인의 종류가 많지는 않기 때문에 마트마다 겹치는 아이템이 많아지는 것이다.


이런 와인은 피하자.


장터 이용자들은, 품질에 문제가 있는 와인들이 장터에 많다 보니 잘못 고르면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따라서 상태가 좋은 와인을 골라내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일단 들어본 적이 없는 와인은 피하는 것이 좋은데, 이런 와인은 선물세트용으로 졸속 기획된 와인일 확률이 높고 맛이 없는 경우가 많으므로, 요리용으로 쓸 계획이 아니라면 피하도록 하자. 정상가격에 비해 지나치게 싸게 나온 와인 역시 피하는 것이 좋다. 상태가 나쁘거나 품질에 문제가 있어서 반품된 와인일 확률이 크다. 와인을 잘 살펴보고 병이 지저분한 와인도 과감히 외면하자. 끓어 넘친 흔적이 보인다면 확실히 문제가 있는 와인이다. 또한 부르고뉴 피노누아처럼 섬세하며 보관이 중요한 아이템들도 피하는 것이 좋다. 장터에 나온 와인들은 경로가 불확실한데, 만약 보관 장소가 여러 번 바뀐 와인이라면 상태가 얼마든지 나빠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장터행사는 대개 봄/가을에 한번씩 열린다. 이유는 앞에서 설명했듯이 명절 특판 물량의 재고소진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마트들이 매출 부진을 이유로 시도 때도 없이 장터 행사를 열며 수입사들에게 압력을 가하여 와인을 공급받다 보니, 울며 겨자 먹기로 장터에 참여한다는 수입사 관계자들의 하소연도 제법 들린다. 또한 수입사들이 우리 회사라도 살아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창고에 있는 와인들을 공급하는 경우도 있다.

와인장터에서 와인 고르는 재미를 만끽하는 소비자들의 즐거운 쇼핑의 이면에는, 우리 회사, 우리점포의 매출 실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는 식의 행태도 있다는 점을 한번쯤 생각해본다면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왜냐하면 전체적인 와인 시장이 나아지지 않고 슬슬 붕괴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 글을 마치며

원래 5회에 걸쳐 나누어 연재하려던 내용을 3회에 걸쳐서 다루었다. 마트 와인과 데일리 와인에 대한 무한한 사랑과 애정을 전파하고자 기분 좋게 글을 시작했지만 다소 비판적인 논조가 섞였던 것도 사실이다. 한국의 와인 시장은 정점에 다다르기도 전에 점차 하향국면을 맞는 듯 하다. 와인 업계에 몸담은 사람으로서 상당히 위축되고 유감스럽다.

마트는 여전히 와인 애호가들의 보고이다. 마트의 와인숍에서 우리는 깜짝 놀랄 만큼 과실향이 풍부하고 맛있는 소아베(Soave) 와인을 7900원에 살 수 있으며 10년 이상 숙성된 그란 레세르바 와인을 단돈 3만원에 살 수 있다. 이처럼 마트는 다양한 와인을 합리적인 유통과정을 통해서 들여올 수 있는 곳이다.

전체 주류 시장 중 와인 시장의 점유율이 조금이라도 더 커지기 위해서 마트의 와인숍은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 이제는 수입 맥주가 와인보다 비싼 경우가 있을 정도로 마트의 와인들이 저렴하게 공급되는데, 아직도 소비자들 사이에서 ‘와인은 비싸다’는 인식이 강해서 아쉬움이 크다. 저렴하고 맛있는 마트 와인을 보다 많은 분들이 접하고 이로 인해 행복하고 즐거운 와인 세계에 입문하기를 바라는 필자의 기대는 누구보다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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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테스코 파이니스트 바르베라 다스티 07. 정상가격 16000원이며 할인가격 13000원으로 놀라운 가격대비 품질을 보여주는 와인. (중)테스코 파이니스트 샤토네프 뒤 파프 08과 지공다스 08. 할인 판매중인 사진. (우)테스코 파이니스트 비냐 마라 레세르바 05, 그란 레세르바 01. 할인 판매중인 사진]



글쓴이 _ 박경태

시각디자인과 모션 그래픽디자인을 전공하고 관련업계에 종사했지만, 어느 가을날 와인을 접하고는 걷잡을수 없이 와인에 빠져들어 와인 업계로 뛰어들었다. 싸이월드의 와인동호회 "와인과 사람"의 지역 소모임인 강남-서초 소모임을 만들어 9년째 운영하고 있으며, 압구정에 위치한 와인 레스토랑 클라레를 오픈해 5년째 운영해 오고 있다. 에꼴드뱅의 보르도 와인 마스터 클래스를 수료했고 SWEP 중급9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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