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락을 알면 와인이 더 맛있다



글_ 정휘웅(네이버 와인카페 운영자)ㅣ사진_ 독일와인협회

“나는 자장면”하면 어떤 생각이 떠오르는가?
아마도 친구들과 중국집에서 메뉴를 시키는데 서로 뭘 먹을지 물어보는 장면이 떠오를 것이다. 언어학적 관점에서 보면 “나는 자장면(나=자장면)”은 틀린 것이다. 왜냐하면 “자장면”은 무생물이기 때문에 자신을 지칭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즉 언어라는 것은 그 하나하나의 단어만을 가지고 바라보면 이상할 때가 많으나, 하나의 맥락으로 가게 되면 비로소 제대로 된 의미를 내포하게 된다.

언론 보도에서도 간혹 오해가 생기는 경우가 있는데,인터뷰를 10분 정도 한 다음 목적에 맞게 한 문장 혹은 한 문단만 떼어내어 편집하는 것이다. 법정 영화를 보면 “증인은 예, 아니오로 답하시오”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이는 맥락을 이해할 수 없게 하고 하나의 사실(fact)만으로 자신의 논리에 유리하게 이끌어가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다. 그러나특정한 흐름이라는 관점에서 정보를 바라보면 사정이 달라진다. 맥락을 알아야 이해를 하는 것이다. 맥락이란 것은 언제나 시간의 전후관계를 전제한다. 즉, 앞서 일어난 일이 뒤에 일어난 일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와인을 즐기는 애호가들로부터 자주 듣는 이야기는 “와인보다는 사람”이라는 말이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필지는 “사람은 기본”이라는 말을 하고 싶다. 즉, 맥락에 맞는, 그 맥락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와인이 더 맛있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간혹 애호가들 중에는 친구들에게 와인을 열었다가 맛 없다고 외면을 당해서 상처를 받았다든지, 아니면 와인쟁이(?)들과 모여서 와인을 마시면 와인이 더 맛있다고 하는 이야기들을 자주 한다. 이는 하나의 관계에 있어서 그 관계, 그리고 시간에 바탕한 맥락으로 인해 우리가 그 와인을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되고, 그 이해를 통하여 좀 더 많은 즐거움을 얻게 되기 때문이다.

앞뒤를 생각하지 않고 잘라버리면 사실(fact)만 남게 된다. 우리가 과학적인 분석을 하는 것, 와인의 알코올이 몇 도이며, 몇 년도에 생산한 것인지를 아는 것은 마치 맥락을 알지 못하는 것과 동일하다. 그 생산 기록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서로간에 연결이 될 때 더욱 더 큰 정보를 우리에게 전달한다.

가령 2002년 프랑스 론 지역은 비가 많이 와서 아주 와인이 엉망으로 되어버렸는데, 그것을 하나의 사실로 본다면 그 연도의 와인은 사서는 안될 것이다. 그러나 뒤집어서 생각해 보면, 남은 포도를 다 모아서 생산자들은 극소량의 좋은 와인을 만들었다. 이탈리아 피에몬테 지역의 도메니코 끌레리코(Domenico Clerico) 역시 자신의 모든 바롤로(Barolo) 와인을 하나로 합쳤으며, 라 스피네타(La Spinetta) 역시소유하고 있는싱글빈야드 와인을 하나로 모아서 단일 바르바레스코(Barbaresco)로 출시했다. 곰곰히 생각해 보면 그들이 정성들여 아주 적은 양이라도만들어낸 것이니, 맛이 상당히 좋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앞뒤 맥락을 모른다면,"비가 많이 왔다"는 사실만으로이 와인들은 외면당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러한 일은 실제로 일어나기도 한다. 따라서 우리가 와인을 즐길 때에는적어도 생산자의 노력과 에너지를 감안하는 즉 맥락을 이해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단 어떤 하나의 이야기를 들으면, 그것을 그냥 맹신하지 말자. 와인에는 “~라 하더라” 통신이 우리의 연예계 통신만큼이나 많이 존재하고 있으니 말이다.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라 하지 않았던가?

한 만화에서 바롤로 생산자인 엘리오 알타레(Elio Altare)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적이 있다. 그 만화에서는 아버지와 아들의 사이가 나쁜 것으로 묘사되어 있지만, 해당 와인을 수입하는 수입사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면사실과 다르다. 아주 가까운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만화에서 이야기한 것과 같이 아주 격렬한 다툼은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필자가 시음해본 엘리오 알타레의 바롤로나 바르베라, 네비올로들은 모두 다 현대적인 느낌과 전통적인 느낌을 다 품고 있는 좋은 와인이었다. 와인을 접하는데 있어 우리가 맥락을 알고 있으면 와인을 이해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지만, 너무 집중을 하다 보면 우리가 반드시 보아야 하는 것들을 못 볼 뿐만 아니라 오히려 잘못 알게 됨으로써 본디 알고 있는 지식마저 영향을 받게 된다.

그렇다고그것이 두려워서 와인의 맥락을 알아가는 것을 게을리 할 수는 없다. 와인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 그리고 그것을 통해서 와인을 이해하는것은 와인을 이해하는 것만 아니라 우리 살아감 자체를 이해하는 하나의 과정일지도 모른다.단순히 우리가 바라보는 하나의 사실을 조각으로 내버려 두지 말고 그 사이사이에 끈을 달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자. 와인이든 사람이든 우리가 그렇게 온전히 받아들임으로써, 비로소 와인과 좀 더 가까워지고 와인을 마시는 자리는 더욱 더 행복하고 즐거워질 것이다. 와인의 맛은 당연히 기본으로 따라올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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