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EU FTA 이후,
와인 가격 얼마나 달라질까?
글 _ 김재현(하나은행 Wealth Management 본부 을지로본점WM센터 이사)
우리가 마시는 와인에 세금은 얼마나 들어있을까요? 아마 꽤 많이 들어있을 거야 라고 생각만 했지 구체적으로 얼마나 세금이 포함되어 있는지 아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와인이 우리 식탁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단계를 거치고 얼마나 많은 세금이 붙게 되는지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프랑스 보르도 와인이 한국에 들어오는 것을 가정해보겠습니다.
프랑스 보르도에서 선적된 와인은 지롱드강 하구에서 대서양으로 나와 이베리아 반도를 돌아 지브롤터 해협을 통과하여, 지중해를 가로지르고 수에즈 운하를 거쳐 홍해로 나와 아덴만을 지나고 아라비아해를 건너 인도양으로 진입합니다. 넓은 바다는 다시 좁아져 싱가포르 앞의 멜라카 해협을 통과하여 남지나해와 동지나해를 지나 부산항에 입항하게 됩니다. 여기서 배에서 내려져 트럭에 실려 용인의 보세창고에 도착하면 세관 통과 준비가 모두 완료됩니다.
이렇게 긴 여정에 필요한 시간은 통상 27일 정도입니다. 거의 한 달이 다 걸리는 셈이지요.물론 직항일 때 이 정도 걸리는 것이고 싱가포르나 상해에 들렀다 오면 훨씬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수도 있지요.
어쨌든 이렇게 긴 항해 끝에 부산항에 입항한 와인 한 병이 CIF 기준으로 1만원이라고 가정을 하겠습니다. CIF 기준이라는 것은 산지 와인 가격에 운임과 보험료를 포함시킨 가격입니다.
그럼 세금 계산에 들어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맨 먼저 관세를 계산합니다. 관세는 CIF 가격의 15%입니다. 
그 다음에 계산해야 되는 것은 주세입니다. 주세는 CIF가격에 관세를 더한 금액에다 30%를 적용합니다.
그 다음에는 교육세를 계산합니다. 교육세는 주세에다 10%를 적용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부가가치세를 계산합니다. 부가가치세는 위에 계산된 모든 금액을 합산한 다음 10%를 곱해 계산합니다.
이제까지 계산된 세금들을 다 합치면 6,824원이 됩니다.
위와 같은 과정에서 통해서 우리가 마시는 와인에 얼마나 많은 세금이 들어있는지 알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럼 1만원짜리 와인을 16,824원만 내면 마실 수 있느냐? 그렇지는 않죠. 구체적으로 쓸 수는 없지만 기타비용이 CIF가격 기준으로 7~8% 정도 더 소요됩니다. 여기 포함되는 기타 비용으로는 세관 통과비용, 보세창고비용, 내륙운송비용 등이 포함됩니다.
기타비용 포함가격 = 10,000 6,824 800 = 17,624원
그러니까 부산항에 입항한 10,000원짜리 와인이 마진을 하나도 붙이지 않은 상태에서 17,624원이 되는 셈입니다.
그런데 우리 식탁에 이 와인이 오르기 전에 또 붙어야 하는 게 있죠? 바로 유통과정에서의 마진입니다. 와인의 유통에는 크게 수입상, 도매상, 소매상이 있는데 마진은 그때그때 다르지만 어림잡아서 수입상 마진 30%, 도매상 마진 15%, 소매상 마진 30% ~ 75% 정도됩니다.
그럼 수입상의 마진 30%를 감안하여 계산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차례대로 도매상의 판매가격과 소매상의 판매가격을 계산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이제야 우리가 마시는 와인의 가격이 제대로 나왔습니다.
1만원에 부산항에 입항한 와인이 우리 식탁에 오르기 위해서는 42,000원 내지 118,000원을 내야 한다는 거죠. 이렇게 보면 와인 유통하는 분들이 참 많이 붙여먹는구나 하고 오해하실 수도 있는데 실은 그 이외에 들어가는 비용들이 더 있죠. 예를 들면 장기보관을 위한 창고비용, 각종 프로모션 비용, 그리고 인건비, 판매관리비 등등의 비용이 그 마진에서 소화되어야 하는 비용이니까 그것까지 감안해보면 그리 많이 남은 장사도 아닌 것 같더군요.
그럼 앞으로 다시 돌아가서 FTA를 맺은 나라에 대래서는 관세가 철폐된다고 하던데 그럼 FTA가 체결된 나라에서 들여오는 와인은 세금이 하나도 없는 것이 아닐까요? 그런데 실제로 와인에 붙는 그 많은 세금 중에 FTA에 영향을 받는 세금은 관세 15%에 불과하므로 생각보다 그 효과는 크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세금 총합계인 68.24%에서 15%를 차감한 53.24%는 아니지요. 관세에 부과되는각종 세금도 함께 줄어들어 실제로는 21.94%가 줄어들게 됩니다. 계산은 처음부터 다시 해야 되는데 아래와 같습니다.
관세 15%가 없어졌으므로 주세부터 계산하면 됩니다.
FTA가 발효되는 국가에서 들여오는 와인의 세금은 68.24%에서 46.3%로 줄어들게 되는 셈입니다. 15% 관세 철폐가 와인과 관련된 세금에 미치는 효과는 15%가 아니라 21.94%인 셈입니다.
그러면 세금이 줄어든 만큼 와인가격이 낮아졌을까요? 여기에 또 안타까운 점이 있지요.
실제로 FTA가 발효된 칠레 와인의 경우 일시에 15%를 감면한 것은 아니고 연차적으로 감면 폭을 늘려왔는데 그 동안 야금야금 내려간 세금이 와인가격 인하로 결실을 맺은 것은 별로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이를 와인유통에 종사하는 분들이 다 취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그 사이에 와인 가격이 엄청나게 많이 올랐거든요. 현지에서의 와인 출고 가격도 많이 올랐고 환율도 많이 올랐습니다. 그래서 세금 감소분은 와인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한-미 FTA나 한-EU FTA가 발효되면 15%가 한꺼번에 철폐되므로 유럽의 와인이나 미국의 와인가격이 좀 눈에 띄게 낮아지기를 소망해봅니다.
* 이 글은 저자의 동의 하에, 한국경제매거진 MONEY에 실린 글을 올린 것임을 밝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