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서울의 심판

The Judgment of Seoul 2011





지난 4일, 파리에서 시작된 글로벌 와인전문학교 아카데미 듀 뱅 코리아(ACADEMIE DU VIN KOREA, 대표 김미영) 오픈을 기념하여, ‘파리의 심판’(1976년)으로 유명한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 스티븐 스퍼리어(Steven Spurrier)가 참석한 ‘2011 서울의 심판(The Judgment of Seoul 2011)’이 열렸다. 이 행사는 1976년에 열린 ‘파리의 심판 (The Judgment of Paris)’을 재현한 것으로, 스티븐 스퍼리어는 이 행사의 주최자이자 아카데미 듀 뱅의 창시자-명예 교장이기도 하다.


구세계에 따끔한 일침 가한 ‘파리의 심판’

duvin0504__0377.jpg

‘1976 파리의 심판’은, 그 때 당시 잘 알려져 있지 않았던 캘리포니아 와인과 와인 강국으로 알려져 있던 프랑스 와인이 벌인 한판 대결로,레드와 화이트 와인모두 캘리포니아 와인이 1위를 차지하면서 신세계 와인의 거대한 잠재력을 예측하게 한 사건이다. ‘파리의 심판’을 주최했던 스티븐 스퍼리어는 그 당시를 다음과 같이 회고한다.

“당시 우수한 품질에도 불구하고 구세계 와인의 그늘에 가려져 빛을 보지 못하던 신세계 와인들을 널리 알리고 싶었다. 그래서 가족 단위의 소규모로 경영되는 캘리포니아 와인생산자들의 와인을 골라 프랑스 와인들과 비교 시음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 때 파리에 있는 기자들을 포함하여 초대장을 보내었지만 유일하게 관심을 보인 기자는 TIMES 기자 한 명뿐이었다. 그는 이 행사를 ‘파리의 심판’이라는 타이틀로 심층 보도했고, 시음회의 결과는 전세계 와인업계를 뒤흔들어 놓기에 충분했다.”

이에 덧붙여 그는 “이 시음회를 통해 캘리포니아 와인이 지닌 품질의 우수성을 입증하였다는 데에도 의의가 있지만, 프랑스 같은 정통 와인생산국가들이 꾸준히 좋은 와인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주지시켜 주고 싶었다”고 전한다.

이후 스티븐 스퍼리어는 구세계와 신세계 와인을 블라인드 테이스팅하여 순위를 발표하는 이 행사를 꾸준히 개최해 오면서 신세계 와인의 품질을 입증해 보이는데 주력해 왔다.

2011년 승리의 여신, 호주 와인의 편에 서다

‘2011 서울의 심판(The Judgment of Seoul)’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금번 행사는 프랑스 와인과 호주 와인을 블라인드 테이스팅하여 평가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이 시음회에는 소믈리에, 와인 저널리스트 등 국내 유명 와인 전문가 30여명과 함께 스티븐 스퍼리어, 네스 굿윈 MW(Nes Goodwin, Master of Wine)이 참석하였다.

"Australian winemaking is getting sensitive."
네스 굿윈은 과거 알코올이 높고 농후한 스타일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호주 와인 스타일에 큰 변화가 일고 있다며, 품종 본연의 맛과 자연스러움을 살린 호주 와인들이 점점 인기를 얻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최소한의 개입주의, 과도한 오크 숙성 지양, 프랑스산 오크의 사용, 자연 효모의 사용, 유기농 및 바이오다이나믹 농법 도입, 산도를 중시하는 양조 방법 등에서 기인한다고 덧붙인다. 하지만 호주 와인의 주요 수입국인 미국 시장만 보더라도, 값싼 수퍼마켓용 와인과 매우 비싼 고급 와인의 양극화 현상을 보여주고 있으며, 합리적인 가격에 좋은 품질을 보여주는 호주 와인은 많이 소개되고 있지 않다고 덧붙인다. 또한 미국 시장에서 찾을 수 있는 호주의 프리미엄 와인은 값이 매우 비싼 소수 와인에 국한되어 있다고 설명한다.

그는 2011 서울의 심판에 등장한 호주 와인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가격이 합리적이고 고급스러운 와인들이라고 소개하며, 이 와인들의 특징은 최근 호주에서 확산되고 있는 섬세한 와인양조 방식 및 다양한 생산지역의 특성을 보다 잘 드러낸다고 강조한다.

10.jpg

<왼쪽부터. 가장 높은 점수를 얻은 Clonakilla Shiraz(호주), 같은 품종으로 비교한 Ch. dAmpuis E. Guigal(프랑스),Clos de Vougeot Grand Cru Ch. de la Tour를 제친 Curly Flat Pinot Noir(호주), Clos de Vougeot Grand Cru Ch. de la Tour(프랑스), Cullen Diana Madeline Cbernet-Merlot(호주)와 그보다 낮은 점수를 획득한 Ch. Cos d'Estournel(프랑스)>


‘2011 서울의 심판’에 등장한 와인은 총 6종의 프랑스 와인과 호주 와인(피노 누아 2종, 카베르네 블렌드 2종, 쉬라(쉬라즈) 2종)으로, 이번에도 승리의 여신은 호주 와인의 편을 들어주었다. 최고 점수를 획득한 와인은 Clonakilla Shiraz Viognier 2005(생산지: McLaren, South Australia)이며, 각 품종 별 대결에서도 호주 와인이 프랑스 와인보다 높은 평가를 받았다.

결과 발표가 끝난 후 기자는, 스티븐 스퍼리어와 네스 굿윈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보았다.
"이 비교 시음회의 결과는 예정된 것인가?"

네스 굿윈은 이번 시음회에 소개된 호주 와인의 경우 특정 기준(랭턴 등급 혹은 옥션 가격 등)에 따라 선택한 것이 아니라, 호주 여러 지역이 지닌 독특함과 잠재력을 보여줄 수 있는 와인들을 엄선한 것이며, 프랑스와 호주 각 와인 생산 지역의 유사성 및 개성을 비교해볼 수 있는 와인을 고르기 위해 주의를 기울였다고 덧붙인다. 이어진 스티븐 스퍼리어의 대답을 살펴보면,

“76년 당시에는 캘리포니아 와인의 우수성을 입증하기 위해 즉 나의 주관적인 목적 때문에 ‘파리의 심판’을 개최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오늘 등장한 프랑스의 Cos d’Estournel의 경우 빈티지가 훌륭하진 않지만 그 이름만으로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불러모은다. 하지만 오늘과 같이 블라인드로 시음해본 결과 결국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이 자리에 소개된 호주 와인들은 잘 만들어졌고, 오늘 모인 전문가들이 평가한 비교 시음 결과를 통해서도 프랑스 와인을 제칠 만큼 좋은 와인이라는 사실이 확연히 드러났다. 이 시음회를 통해 시사하고자 하는 바는 바로 이것이다 - 신세계 와인생산자들은 최고의 와인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 비교 시음의 결과는 예정된 것인가’에 대한 대답은, 명쾌하진 않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고는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 저작권자ⓒ WineOK.com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1. 공정에 대하여

    공정에 대하여 글 _ 정휘웅(네이버 와인카페 운영자) 얼마전 국내에서 인문학 도서임에도 불구하고 공전의 히트를 친 책이 한 권 있다. 바로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다. 사실 필자는 이 책을 읽어보지 않았다. 그러나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 그리고 최...
    Date2011.06.09
    Read More
  2. 부르고뉴 프리미엄 와인이 한 자리에 - 2011 부르고뉴 와인전시회

    부르고뉴 프리미엄 와인이 한 자리에 2011 부르고뉴 와인전시회 지난 5월 25일, 지명도 높은 20개의 부르고뉴 와인생산자가 참여하여 300여 종 이상의 프르미에 크뤼와 그랑크뤼 와인을 선보이는 전시회가 마련되었다. 이 전시회는 업계 관계자들만을 대상으로...
    Date2011.05.27
    Read More
  3. 프랑스 와인의 꽃, 샤토네프 뒤 파프

    프랑스 와인의 꽃 Châteauneuf-du-Pape & Tavel 샤토네프 뒤 파프 & 타벨 와인생산지 개요 샤토네프 뒤 파프 와인과 타벨 와인은 1936년 동시대에 원산지통제명칭(AOC) 인정을 받았다. 같은 해에 AOC 시스템이 처음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두 와인은 프랑...
    Date2011.05.26
    Read More
  4. 아카데비 듀 뱅 오픈 기념 - 2011 서울의 심판

    2011 서울의 심판 The Judgment of Seoul 2011 지난 4일, 파리에서 시작된 글로벌 와인전문학교 아카데미 듀 뱅 코리아(ACADEMIE DU VIN KOREA, 대표 김미영) 오픈을 기념하여, ‘파리의 심판’(1976년)으로 유명한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 스티븐 스퍼리어(Steven...
    Date2011.05.11
    Read More
  5. 부가비용이 와인 가격에 미치는 영향

    부가비용이 와인 가격에 미치는 영향 정휘웅(네이버 와인카페 운영자) 소위 “원가 구조”라는 것이 있다. 세상에서 가장 원가 구조가 적은 것은 봉이 김선달이 팔았던 대동강 물일 것이다. 오늘날에도 물 장사는 남는 장사라는 우스개 말이 있다. 1.5리터짜리 ...
    Date2011.04.28
    Read More
  6. 와인 교육의 목적과 품질 관리

    와인 교육의 목적과 품질 관리 ■ 교육과 문화는 비례한다 교육을 통해 특정 분야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나 전문적인 지식이 전파될 뿐만 아니라, 그 분야가 속해 있는 저변의 확대와 발전에도 이바지한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와인 교육 또한 마찬가지...
    Date2011.04.26
    Read More
  7. 와인의 바디감이란

    와인의 바디감이란 글 _ 정휘웅(네이버 와인카페 운영자) 와인의 바디감이란 무엇인가. 어떤 와인은 묵직한 반면 어떤 와인은 가볍다. 종종 색상은 투명한데 마실 때 강한 인상을 전하는 와인을 접하면 사람들은 깜짝 놀라곤 한다. 도대체 바디감이란 무엇인가...
    Date2011.04.25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31 32 33 34 35 ... 44 Next
/ 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