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교육의 목적과 품질 관리




■ 교육과 문화는 비례한다

교육을 통해 특정 분야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나 전문적인 지식이 전파될 뿐만 아니라, 그 분야가 속해 있는 저변의 확대와 발전에도 이바지한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와인 교육 또한 마찬가지로, 와인에 대한 정보와 지식을 전달하는 일차적인 기능 외에도 와인 문화의 저변을 확대하고 더불어 와인 시장을 확대시키는 순기능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와인 교육 기관에 등록하는 일반인의 비율이 높아질수록, 와인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이는 와인 문화가 점차 뿌리내리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WSApdp 와인 아카데미 이인순 대표강사는, 대중들 사이에서 여전히 와인은 특별한 경우에 마시는 음료라는 인식이 팽배하다고 지적하며, 이러한 편견을 깨기 위해 가격이 비싸지 않으면서도 훌륭한 와인을 선별하여 소개하는 것 또한 교육 과정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수업 때마다 강조하는 것 중 하나는 바로 밸류 와인(Value wine, 가격은 합리적이고 품질은 높은 와인)의 훌륭함이다. 실제로 수강생들에게 와인을 먼저 마셔보게 한 다음 가격을 공개하면 다들 그 품질에 놀라워한다. 이런 시도는 와인에 대한 불편한 편견을 깰 수 있는 교육의 한 부분이다.”



와인 교육 기관의 품질관리


교육을 받는 이들의 입장에서 와인 교육 프로그램이 갖추어야 할 요건 중 하나는 체계적으로 구성된 커리큘럼이다. 체계적인 커리큘럼이란, 프로그램의 목적이 분명하고 프로그램의 짜임새가 구체적이어서 매 시간 어떤 부분을 학습하는지 명확하고, 학습한 부분이 향후에도 활용될 수 있을 만큼 유용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1969년 영국 런던에 설립된 이래 최고의 와인 교육 기관 중 하나로 자리잡은 WSET(Wine & Spirit Education Trust)가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이, 각 과정의 목적과 교육 대상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다.


초급(Foundation Course) - 와인바, 레스토랑, 호텔 등 현장에서 손님을 직접 응대하는 스탭들을 위한 가장 필수적인 코스로, 다양한 현장 기술을 교육한다.

중급(Intermediate Course) - 와인과 관련하여 중요한 업무를 수행하는 스탭들을 위한 교육으로, 와인을 비롯한 알코올 음료에 대한 모든 내용을 다룬다.

고급(Advanced Course) - 와인과 관련하여 총괄적이고 중요한 결정 사항을 담당하는 관리자급을 위한 최고 지식 과정으로, WSET가 제공하는 가장 높은 수준의 프로그램이다.


WSET가 제공하는 또다른 프로그램은 초급 과정과 중급 과정을 혼합한 형태를 띠며, 수강생들이 어떤 부분을 학습하게 될지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와인 판매와 서비스 방법, 테이스팅 기법 익히기
음식과 와인의 매칭 실습, 맛의 어울림 찾기
와인의 이해, 테이스팅 기법 익히기(심화)
포도 재배와 와인 양조
피노누아, 샤르도네, 시라, 그르나슈 품종으로 대표되는 부르고뉴, 론 등 프랑스 지역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소비뇽블랑 품종으로 대표되는 프랑스 보르도, 르와르 지역
이태리, 스페인, 포르투갈 지역의 다양한 토착 포도품종과 와인의 이해
독일의 독특한 와인법과 리즐링 품종으로 대표되는 독일와인의 이해
떠오르는 신흥 와인 생산국 호주, 뉴질랜드, 남아공, 미국 등 기타 국가
스파클링 와인
스피리츠, 증류주의 이해
디저트 와인과 리큐어 와인 등 다양한 식후주의 세계



한편, 좋은 와인 교육 프로그램은 수강생이 최대한 다양한 와인을 시음할 수 있도록 많은 기회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프랑스 국립 와인 학교 Ecole des Vins de Bourgogne의 전문 와인과정으로 국내에는 WSApdp를 통해 유일하게 소개되고 있는 부르고뉴 와인 마스터 코스(BIVB)를 살펴 보자. 이 프로그램은 부르고뉴 고유의 특성과 역사 그리고 산지/등급/품질 별로 다양한 부르고뉴 와인을 소개하며, 수업마다 최소한 6가지 이상의 와인을 시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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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 기관을 통해 국내에 소개되고 있는 보르도 와인 마스터 코스(CIVB, 보르도 와인 협회 산하 국립 와인 학교 Lecole du vin의 와인 전문 교육 프로그램) 역시 마찬가지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수강자들은 보르도 와인 시스템, 세부 지역의 특성, 양조 기법 등을 구체적으로 학습하고 각 지역 및 등급별로 다양한 와인을 시음함으로써 보르도 와인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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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와인 교육 프로그램의 또다른 요건은, 프로그램 자체뿐만 아니라 활용하는 교재와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강사진이 공신력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 나라와 같이 주로 외부로부터 와인문화를 흡수하는 와인소비국에서는, 와인생산에 있어서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닌 국가로부터 교육컨텐츠를 수입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예를 들어 WSET 프로그램은 현재 전 세계 60여 개국 1000여 개 도시에서 동일한 교재와 동일한 인증 시스템을 통해 표준화를 꾀하고 있으며, 이로써 교재와 프로그램에 대한 공신력을 높이고 있다. 보르도 와인 협회로부터 공식 강사 자격을 취득한 전문강사진이 개발한 프로그램인 보르도 와인 마스터 코스(CIVB) 또는 부르고뉴 와인 협회에서 인증 받은 강사만이 강의를 진행할 수 있는 부르고뉴 와인 마스터 코스(BIVB)는 교육 기관의 공신력을 높이기 위해 강사진 프로파일을 엄격히 제한하는 좋은 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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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료증이 전부는 아니다


한국인들 사이에서 좀처럼 식지 않는 자격증 열풍은 와인 교육에 있어서도 예외는 아니다. 사실 국내의 여러 와인 교육 기관에서 수여하는 수료증이나 인증서는 자격증이 아니다(국내에는 와인과 관련한 공인 자격증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와인 과정을 이수한 후 주어지는 이 수료증이나 인증서가, 마치 소믈리에 자격을 주는 것처럼 혹은 와인전문가로서의 활동을 보장하는 것처럼 오해 받는 경우가 가끔 있다.

WSApdp 이인순 대표강사는 "와인 교육 과정을 듣는 수강생 중 60% 이상이 와인 업계에서 경력을 쌓고 있거나 쌓고 싶어하는 이들"이라며, "교육 과정을 이수했다고 해서 어떤 분야에 대한 자격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인증서나 수료증은 전문 교육 기관에서 제공하는 보다 객관적인 교육을 통해 그만큼의 지식을 쌓았다는 것을 입증하는 수단일 뿐"이라고 말한다.특히 와인 업계 종사자라면, 교육 과정을 이수하면서 쌓은 지식을 자기 나름의 방식에 따라 어떻게 활용하는지가 더욱 중요하다.


"와인 업계 종사자나 종사를 희망하는 이들이 와인 교육을 받는 경우, 체계적인 지식과 다양한 와인 시음 외에 한 가지 목적이 더 추가되어야 하는데,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살아있는 지식을 배우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아무리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다 해도, 고객이 원할 때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친절한 언어로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유연성을 함께 배워야 한다. 예를 들어 WSApdp의 소믈리에 트레이닝 프로그램은, 경력이 우수한 현직 소믈리에들과 수입사 마케팅 담당자가 직접 강의하며 강의 후에는 인턴쉽 기회를 제공하는데, 그 목적은 현장 감각을 익혀 유연성을 키우는데 있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와인 교육은 다양한 목적을 가지고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와인 교육을 받고자 하는 사람은 명확한 목적을 가지고 구체적인 커리큘럼에 따라 공신력 있는 강사진과 표준화된 수업 환경(교재뿐만 아니라 시음용 와인, 프리젠테이션, 시설, 환경 등을 모두 포함)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하다.

또한 교육 과정을 마친 후 손에 쥐어지는 한 장의 수료증이 와인에 대한 지식이 절대적인 수준에 도달하였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지금 당장 현장에 투입되어도 손색없을 만큼 자격을 갖추었음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와인은 시간과 함께 점점 나아진다(Wine improves with age. The older I get, the better I like it)"는 말처럼, 와인에 대한 지적 호기심 또한 충분한 시간과 경험 이후에야 채워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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