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정휘웅(네이버 와인카페 운영자)ㅣ사진 Staatlicher Hofkeller (독일, 프랑켄)


어젯밤 꿈을 꾸었는가? 그 꿈은 어떠하였는가? 지옥이었는가? 천국이었는가? 프로이트와 융은 꿈을 무의식과 의식의 상호작용이라고 이야기 한다. 여기서 의식과 무의식이란 무엇일까? 인간이 이성을 가지고 두뇌가 통제하는 대로 움직이는 것, 이것이 의식이고 그 반대 개념이 무의식일까? 여기서 대부분의 꿈은 인간이 시각적으로 본 것이 머릿속에 전달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시각장애인들의 꿈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그들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꿈은 어떤 형태일까?

영화 콘택트를 보면 주인공(조디 포스터)이 아주 큰 우주의 웜홀을 지나서 먼 우주의 외계인을 만나고 온다. 그녀의 아버지 모습을 하고 있는 외계인이 이렇게 이야기 한다. “당신이 생각하는 가장 익숙한 모습으로 우리는 모습을 드러낸다.”
그렇다면 이것은 무의식 속에 있는 우리의 가장 익숙함이라는 것이 드러난다는 것인데, 이 상태는 꿈이었을까 아니면 의식의 상태였을까? 꿈을 꾼다는 것이 반드시 잠을 자는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것일까, 아니면 백일몽 마냥 깨어있는 상태에서도 상상이라는 이름으로 꿈을 계속 꾸고 있는 것일까? 꿈이 구체화 되기 시작하면 영화 스피어에 나타나는 것처럼 걷잡을 수 없는 결과가 나타날 것이다. 그것은 악몽이 될 수도, 혹은 나에게 큰 감흥을 주는 선몽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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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사람들이 바라고 원하는 와인들이 있다. 와인 초심자들이 와인을 점차 알아가게 될 때에 보르도의 최고등급 와인을 보면서 그 꿈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신의 물방울을 접하게 되면서 그 와인들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가지게 된다. 앙리 자이에의 마지막 와인은 어떤 와인일까? 도대체 머릿속에 퀸이 그려진다고 하는데 정말로 퀸이 나타날 것인가? 나는 여기에서 꿈의 일반화처럼 위험한 것은 없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단적인 예를 들어 보자. 2차 세계대전 당시에 세계는 자유주의라는 집단적 보편타당성과 파시즘이라는 집단적 보편타당성, 공산주의라는 집단적 보편타당성 사이의 대충돌이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자유주의와 공산주의는 전략적으로 손을 잡았으나 이는 공통된 적을 없애기 위해서였고, 2차 대전 이후에 이 둘의 대결 구도로 냉전이 찾아온 것이 사실이다. 두 개념 역시 공존할 수 없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 세 가지 이념을 꿈이라는 관점에서 살펴보면 좀 다른 접점이 나타난다. 당시 독일 나치의 기치는 “우수한 아리안 민족에 의한 보편적 선의 실천”이었다. 여기서 그들의 전제 조건은 바로 “우수한 아리안”이라는 일반론적 정의가 있었고, 이것이 재미있게도 그 많은 엘리트가 존재하는 독일 전체를 휩쓸었다는 점이었다.

예술가적 기질을 지닌 한 몽상가의 꿈이 수많은 비극을 만든 것은, 꿈이 일반화 되고 체제적으로 보편타당화 되면 매우 위험한 일이 생길 수도 있음을 암시한다(다행히도 자유주의 이념 하에서는 꿈의 다양성이 인정된다). 이러한 현상은 와인에 있어서도 자주 드러나는데, 대중 매체, 책, 평론가, 와인 전문 매체 등 다양한 매체에 의해서 와인은 점차 하나의 “꿈”으로 나아가게 된다. 그리고 그 꿈이 일반화되면서 간혹 맹목적인 추종 혹은 맹목적인 선호로 드러나는 경우도 있고, 어떤 한 집단을 하나의 고정된 관점에서 바라보게 되는 문제를 만든다. 2차 대전 당시 독일의 유태인에 대한 움직임은 이를 잘 설명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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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늘 어떤 꿈을 꾼다. 무의식 중에 존재하는, 본인도 알지 못하는 그 본능은 언제나 이성과 교감하고 소통하며 어떤 모종의 결과를 만들어 낸다. 가족과의 보내는 평안한 시간과 즐거움, 로망이 현실이 되고, 부자에 대한 꿈, 미녀/미남과의 데이트, 멋진 자동차를 몰고 아주 편안한 경치가 좋은 곳으로의 드라이브, 맛있는 음식과 디너 등 우리는 수많은 꿈 속에서 살고 있다. 경계해야 할 점은 바로, 그 꿈 역시 일반화 되거나 타인에 의해 조작되고 변경될 수 있다는 것이다.

본인이 꾼 꿈이 타인에 의해 조작되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은 찬찬히 뜯어보고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다. 와인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본인이 타인들의 생각을 막연히 따라가는 것은 아닌지, 망망대해를 떠 다니는 어린 양을 누군가가 구원해 주기를 바라는 것처럼 의존적이고 소극적으로 와인을 마시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 보자. 어제 캐리비언의 해적 3편을 보면서 나온 대사 하나로 이 글을 마무리 할까 한다. 꿈은 내 것이지 남의 것이 아니지 않는가?

“길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남들이 잃어버린 것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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