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의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대한 제안

- 소비자에게 원산지 특성 알려라



글 엄경자 ㅣ 사진제공 ICEX, 슐로스 요하네스버그

오늘날 와인 비즈니스는 전세계에서 수많은 와인의 생산과 더불어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비록 다양한 맛으로 차별화된 브랜드 이미지를 가지려고 하고 있지만, 비슷한 맛과 비슷한 포장은 소비자들에게 오히려 다양성의 부족으로 다가온다. 때문에 와인 경쟁력을 갖추고,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 와인의 독창성과 품질의 우수성을 알리고 더 나아가 차별화를 창출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오늘날 와인 생산자와 와인 산업이 추구해야 하는 방향이다.

와인 브랜드, 원산지 특성 통해 가치 높여라


와인 브랜드는 와인 라벨 그 이상의 많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브랜드는 소비자가 제품과 연관 짓는 이미지이자 가치이며, 다른 제품과 차별화할 수 있는 수단이다. 와인 용어에서 브랜드는 와인의 이름, 로고 또는 디자인, 포장, 와인메이커, 지역 그리고 와인을 포함한다. 특히 브랜드는 ‘지역 또는 원산지에 대한 관념’을 담고 있어야 하는데, 비슷한 성격(가격, 품종, 스타일, 유통)을 지닌 제품들을 차별화 하는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지역 특성 및 원산지와 관련된 품질의 전체적인 이미지가 와인 자체의 독자적 브랜드 이미지에 중요한 이득을 주기 때문에 지역 브랜딩은 와인에 있어 특히 중요하다. 이들 핵심적 특성에 덧붙여 (양으로 측정하기는 어렵지만 여전히 브랜드와 연관된) 실체적인 다양한 종류의 특성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와인은 와인 자체의 품질과 동시에, 지역성(원산지)을 판매하면서 가치창출을 높일 수 있다. 프랑스의 아뻴라씨옹(Appellation) 시스템이 전세계에서 성공적인 표본이 되었듯이, 지역의 뚜렷한 특성을 보여주지 않고서는 고급 품질에 대한 인식의 차별화에도 한계가 있다. 어느 한 요소가 아닌 서로 연결된 요소들이 상호 조화를 이루었을 때 성공적인 와인 브랜드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신세계 와인생산자들, 원산지 특성 통해 브랜드 이미지 제고해야


와인 문화는 와인의 정체성과 개성에 그 기반을 둔다. 와인의 정체성은 원산지의 차별화와 포도 품종과 와인 스타일에서 비롯된다. 다시 말해 와인의 정체성은 와인을 생산하는 총체적인 조건인 떼루아(Terroir)에 영향을 받는다. 지금까지 고급 와인은 구대륙(Old World) 특히 프랑스에 의해서 장악되고 있었다. 프랑스의 떼루아(Terroir)를 기본으로 만들어진 아뻴라씨옹(Appellation) 시스템은 세계적으로 프랑스 와인의 입지를 형성시켰다. 이제는 프랑스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세계의 고급 와인들은 원산지를 중심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뚜렷한 원산지, 포도밭 이름은 소비자가 선호하는 문장이 되었다. 지역적 특성, 기후와 토양, 포도품종, 양조 방법 그리고 와인의 스타일에 이르는 모든 것이 포괄적으로 함축되어 와인이 만들어진다는 개념에서 와인의 독창성을 찾을 수 있다.


구대륙의 엘리트 와인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신세계 와인의 선입관 이미지를 벗어나야 한다. 예를 들어, 호주에서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펜폴즈의 그랜지(Grange)같은 고급 와인이 생산됨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호주의 이미지는 Fosters, Constellation와 같은 와인기업에 의해 대기업화 되고, Jacobs Creek, Yellow Tail, Hardys, Lindemans 브랜드의 와인은 대량 생산되는 상업적인 와인, 그리고 지루한 와인이라는 이미지를 형성하였다. 칠레 또한 한미 FTA로 인해 가격대비 품질 좋은 와인을 생산한다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형성하고는 있지만 고급 와인 생산지의 이미지는 결핍되어 있다. 이러한 장애를 극복하고 더 높은 품질의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뛰어난 지역성을 개발하여 포도 품종의 선택 및 스타일로 지역 프로파일을 개척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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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마케팅의 중요성


지역성은 떼루아에서 나온다. 보르도의 그랑 크뤼 샤또, 버건디의 로마네 꽁띠 포도밭, 샹파뉴 지방의 샴페인을예로 들면, 이들은 원산지와 포도 품종 그리고 와인 스타일 사이의 상호 연결된 매개체를 통해 지역의 다양성을 잘 표현하는 와인이다. 지역 마케팅은 각 지역이 가지고 있는 경쟁력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다양하고 신뢰할 수 있는 뚜렷한 지역적 특성을 가진 와인을 소개하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캠페인이다. 이러한 지역 마케팅은 와인 가격을 상승시키는 효과와 더불어 다양한 원산지와 다양한 와인 스타일을 제공하여 복잡함을 주면서 와인을 전세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이다.


칠레 와인의 경우, 여러 종류의 포도 품종별 와인에 치우침으로써 칠레 와인에 대한 다소 협소한 인식을 심어주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다양한 지역 스타일의 와인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이것은 수출 시장의 판매 촉진을 도모하는 동시에 프리미엄 와인 판매를 증가시키기 위한 전략이 될 수 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와인이 레스토랑 분야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가지는 것은 소비자에게 다양한 음식에 어울리는 폭 넓은 와인 선택의 기회를 제공하고, 포도 품종과 특히 원산지 특성에 대한 와인 정보 및 지식을 체계적으로 알려왔기 때문이라는 것을 상기해 보자.


프리미엄 와인생산자들은 여러 해 동안 중국, 한국과 같은 아시아의 신흥 와인 시장에 접근하기 위해서 원산지 중심의 마케팅을 펼쳐 왔다. 특히 보르도, 버건디의 그랑 크뤼 와인 등 고급와인 소비자들에게 특정 원산지는 고급와인 선택의 기준이 된다.

호주의 지역 영웅 마케팅은 소비자가 와인에 대해 이미지를 형성하는 과정을 잘 보여준다. 예를 들어 호주 남동쪽에서 생산하는 벌크 와인(bulk wine, 병입되지 않은 채 대량으로 취급되는 와인), 호주 와인이 대량생산되고 단일화된 몰개성적인 와인을 생산한다는 이미지를 심어주었다. 이는 지역적 특성에 기반하지 않고 와인기업의 거대한 물량 공세에 의해 와인의 이미지가 정착되어 버린 좋은 사례이다.

따라서 호주, 칠레와 같은 신세계 와인생산자들은 지역의 다양한 떼루아의 특성을 소개함으로써 소비자와 와인상인들이 특정 원산지를 인식하고 관심을 가지게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지역적인 특색(Sense of place)을 잘 갖춘 와인들을 제공해야 한다. 이를 통해 와인의 차별화와 고급화가 이루어질 수 있으며 수출 가격 또한 상승시킬 수 있다.

지역 마케팅, 어떻게 이루어지나


시장에 대한 마케팅은 상당히 발전하였고 직접적인 양상을 보여준다. 와인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를 돕기 위한 마케팅은 구매자, 미디어, 교육자 그리고 와인상인 사이에서 직접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세분화된 원산지를 강조하는 마케팅은 온 트레이드(on trade) 프로모션으로, 주로 와인 샵과 레스토랑에서 일어난다. 현장 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원산지 교육이 그 예가 될 수 있다. 그리고 레스토랑이나 와인 바에서 새로운 와인을 마셔보고 싶어하는 소비자들에게, (생산 지역의 문화나 역사와 더불어) 원산지 특성을 잘 보여주는 와인을 제공함으로써 원산지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심어줄 수도 있다.


원산지 교육에 있어서 가장 모범적인 모델로 보르도(포도 품종 블렌딩), 버건디(샤르도네와 피노 누아), 샹퍄뉴 지방(샴페인)을 들 수 있다. 이 지역들을 통해 지역별 떼루아의 다양성과 특징을 교육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에 맞는 대표 포도 품종과 원산지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다양한 지역성을 알리고 각 지역의 포도 품종과 와인 스타일을 교육하는 것이야말로 프리미엄 와인이 인정받고 입지를 향상시킬 수 있으며 성공적인 와인 산업을 이끌 수 있는 토대가 된다.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하라 와인 투어리즘


와인 브랜드는 소비자와 와인 사이에 감정적 연관성을 확립시켜 준다. 이러한 연관성을 확고히 성립시키기 위해서는 소비자에게 제품의 독특한 특성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제품에 가치를 더해야 한다. 진정한 브랜드는 소비자와의 사이에 뚜렷한 감정적 연계를 지니지만 실제로 소비자들은 그것에 대해 너무 깊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모든 브랜드는 소비자와 순간적인 연계를 지을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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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의미에서 와인 산지와 와이너리 방문은 소비자의 브랜드 인지에 큰 영향을 끼친다. 널리 알려지고 인정받은 원산지는 지역의 다양한 특성과 포도 품종과 스타일을 알리고, 여행 상품으로써 또한 관광객의 주의를 끈다. 와이너리 방문 시 셀러 도어는 더 이상 단순히 와인을 맛보고 구입하는 곳만이 아니다. 와이너리는 레스토랑, 숙박, 관광, 피크닉 시설 및 레크리에이션 시설과 같은 완벽하게 짜여진 관광 여행의 경험을 제공한다.


오늘날 셀러 도어는 소비자와 방문객이 와인과 와인메이커에게 영향을 주기도 하고, 와인 산지가 제공하는 풍부하고 다채로운 경험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브랜드 이미지, 더 나아가 특정 지역의 이미지를 향상시킬 수 있다. 셀러 도어를 방문했을 때 받았던 긍정적인 인상은 와인 브랜드의 중요한 성공의 열쇠이다.


긍정적인 경험을 토대로 고객들 사이에 발생하는 구전홍보효과는 지역과 와인 브랜드의 이미지 그리고 와이너리 사업을 확장시키는 잠재적인 방법 중 하나이다. 지역의 특징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다양한 포도 품종과 와인 스타일을 맛 본다면, 소비자들은 더 깊은 인상을 받을 것이며 와인에 대한 이해 또한 높아질 것이다. 지역성을 반영한 와인을 산지에서 직접 경험할 뿐만 아니라 역사와 문화 유산을 동시에 탐방할 수 있는 여행으로써의 와이너리 관광(wine tourism)’은 문화 컨텐츠 사업이라 할 만큼 창출하는 가치가 크다.


특정 유명 지역, 인지도 높은 국제 포도 품종, 인기있는 몇몇 한정된 와인스타일만을 추구하는 것은 와인 생산자들의 독창적이고 개혁적인 시도와 자유를 제한한다. 그러나 원산지 중심의 마케팅을 통해, 와인의 다양한 지역성과 포도 품종 그리고 와인의 스타일을 보여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와인 교육 기관에서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고, 와인 신흥 시장에서는 와인을 재평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평론가와 미디어뿐만 아니라 소믈리에에게는 유익한 지식을 전달하는 동시에 판매를 독려한다. 특히 온 트레이드(on trade, 와인 샵과 바, 레스토랑 등)에서의 원산지 마케팅은, 다양한 와인의 특성을 알려줌으로써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을 넓혀 주고 와인 판매 또한 촉진시킨다. 그리고 와인산지는 특색있는 관광 상품을 통해 지역 경쟁력을 키울 수 있으며, 와이너리들은 이로 인해 사업확장의 효과도 누릴 수 있다.



글쓴이 _ 엄경자(인터콘티넨탈 호텔 수석 소믈리에)
[와인노트] 저자, 한국 경제 `엄경자의 와인이야기` 기고 등 칼럼니스트로 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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