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와 칠레 명품의 만남

알비스 ALBIS


알비스 셀러.jpg


2000년대 초반, 칠레 중앙정부는 해외투자 유치기관(CORFO)을 통해 적극적으로 해외 와인생산자들의 자본유치와 기술 유입을 주도해 나갔다. 이렇게 칠레가 자국으로의 투자를 고무하기 위해 공을 들인 국가들 중에는 이탈리아도 포함되어 있었다.
당시 잘 알려진 이탈리아의 와인생산자 중 몇몇은 이미 칠레 와인생산자들과 협업 체계를 마련하여 칠레에 포도밭을 구입하거나 칠레 와인의 생산 및 유통을 지원하기도 하였다.

대표적인 사례로, 2004년부터 몬탈치노의 반피(Banfi)가 칠레의 에밀리아나(Emiliana)가 생산하는 와인을 이탈리아로 독점 유통한 것을 들 수 있는데, 2004년 한 해 이탈리아로 수출된에밀리아나 와인은 18천 케이스이다. 칠레의 카사 라포스톨(Casa Lapostolle)이 생산하는 와인 역시 이탈리아 내에서 가야(Gaja)를 통해 유통되었다. 물론 이러한 협업이 당시 칠레 와인의 스타일에 이탈리아 와인생산자들이 100% 만족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다. 칠레의 투자유치단이 이탈리아를 방문할 당시 선보인 와인들에 대해 키안티 와인생산자 Filippo Ferrari는 다음과 같이 지적하였다.


“이들 와인 대부분이 강한 오크 풍미를 보여주고, 인위적이고 상업적인 요소가 많이 드러나며 문화적인 정체성(cultural identity)이 부족하다. 칠레 와인이 거대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개별성(individuality)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Decanter, 2004 11월 호)


Matte Sr   Allegra   Piero   Albis.jpg이탈리아 토스카나 와인산업의 대부라 할 수 있는 안티노리(Antinori)와 칠레의 신흥 와이너리 하라스 데 피르케(Haras de Pirque)의 만남은 공교롭게도, 이렇게 한창 칠레가 정부차원에서 해외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각지로 대표단을 파견하던 당시와 겹친다.

하지만 이전에 이미 피에로 안티노리(Piero Antinori, 안티노리의 대표)는 칠레 와인이 보여주는 특유의 투박하고 대범한 스타일과, 이러한 스타일의 와인을 생산하는 칠레의 고유한 토양과 미세기후 등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안티노리는 칠레의 토착품종에 매우 큰 매력을 느꼈고, 칠레가 보여줄 수 있는 특성을 완벽하게 반영하는 이상적인 와인을 생산하고자 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그리고 머지않아 안티노리는 이러한 계획을 함께 실현할 수 있는 최고의 파트너, 에두아르도 마테(Eduardo Matte, 하라스 데 피르케의 대표)를 만났고 그와 함께, 최초의 이탈리아-칠레 합작 와인인 알비스(Albis)를 탄생시켰다. 안티노리에게 있어서 알비스 와인은, 이탈리아 와인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와인을 생산하고자 하는 모험의 시작을 의미하였고, 마테에게 있어서 알비스 와인은 칠레 와인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훌륭한 와인을 생산함으로써 칠레 와인의 잠재력을 증명하는 수단이었다(‘새벽을 의미하는 알비스는, 이탈리아-칠레의 만남과 동시에 북반구와 남반구, 구세계와 신세계, 전통과 신기술의 융합을 상징한다).

알비스는 카베르네 소비뇽과 칠레 고유 품종인 카르메네르가 블렌딩된 수퍼 프리미엄 와인으로, 알비스의 생산에는 안티노리의 와인메이커 로렌조 코타렐라와 칠레 최고의 와인메이커 알바로 에스피노자가 참여하였다. 첫 빈티지의 알비스(2001)는 단 5천 병 정도만 생산되어 미국 시장에서 50달러가 넘는 가격으로 팔렸으며, 당시 와인 스펙테이터(Wine Spectator)와 와인 인수지애스트(Wine Enthusiast) 2001 알비스에 각각 91, 92점을 부여하며 그 품질을 인정하였다.

알비스.jpg

하라스 데 피르케 와이너리는 종마와 와인을 함께 생산하는 독특한 이력을 자랑한다. 성공한 실업가이자 폴로 선수 출신인 마테는 1980년대에 종마 사업을 시작하였고, 이후 장기적으로 가족이 운영할 수 있는 신규 사업을 물색하던 중 마이포 밸리의 피르케 지역에 와이너리를 설립하였다(1991). 마테는 당시 칠레 와인산업의 주류를 이루던 중저가 와인 대신 고급 와인 생산을 목표로, 에쿠스(Equus), 캐릭터(Character), 엘레강스(Elegance) 와인을 출시하였고, 이후 안티노리와의 합작으로 명품와인 알비스를 생산하면서 또 한차례의 도약을 맞이하였다.


말발굽모양의 양조장.jpg


‘피르케의 종마장으로 풀이되는 하라스 데 피르케는, 1892년에 세워진 칠레 최고의 경주마 목장에서 따온 이름으로, 하라스 데 피르케에서 배출한 종마는 북미와 남미 지역에서 열리는 다양한 경주에서 뛰어난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와이너리는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말발굽 형태로 설계되었는데, 언덕의 경사면을 이용한 구조 덕분에 자연적인 중력을 이용하여 포도와 와인을 이동시킬 수 있다.

하라스 데 피르케 와이너리는 종마 사육과 포도 재배를 위해 반드시 친환경적인 농법을 사용하고 있는데, 종마장에서 나온 거름과 양조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을 이용하여 만든 퇴비를 사용하며, 병충해및 포도 나무의 질병예방을 위해 천적을 활용해 생태계의 균형을 맞추는 친환경적인 방식을 이용한다. 포도는 외부에서 구입하지 않으며 자체적으로 재배한 포도만으로 와인을 생산한다.

마테의 이러한 고집과 철저함은 하라스 데 피르케 와인이 보여주는 좋은 품질과 깊은 연관을 가지고 있다. 나아가, 길지 않은 설립 역사를 가진 신흥 와인생산자들이 전통에 구애받지 않고도 얼마든지 프리미엄 와인을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예시가 되기도 한다.

말 풍경 1.jpg


십여 년 전 칠레에서 이상적인 와인을 생산하려는 모험을 결심한 후, 함께 할 적합한 파트너를 찾기 위해 수많은 칠레 와이너리를 방문하고 와인생산자들을 만났다는 안티노리. 600여 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안티노리 와이너리를 대표하는 그가, 마치 이제 막 일어서는 법을 배운 갓 태어난 말과 같은 하라스 데 피르케를 선택한 이유는 무얼까. 그것은 무엇보다도 가능성일 것이다. 그에게 있어서 하라스 데 피르케는, 언젠가 땅을 박차고 바람처럼 평원을 달리게 될피르케의 우수한 종마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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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하라스 데 피르케의 알비스, 캐릭터 카베르네 소비뇽, 엘레강스 레드와 화이트, 캐릭터 시라 와인]

(국내수입처: 대유와인 02 2632 7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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