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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독 크뤼 부르주아의 재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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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독 크뤼 부르주아(Crus Bourgeois du Medoc)의 탄생

영국 중세 시대의 국왕이었던 존(John) 왕은, 형인 사자왕 리처드 1세가 십자군 전쟁을 치르는 동안 국왕 역할을 했고 형이 죽은 후 조카 아서 왕자를 제치고 왕의 자리를 유지했다. 존 왕은 프랑스와 전쟁을 벌이다 패하고 노르망디 지역 대부분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전쟁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조세까지 대폭 올려 국민들의 원성을 샀다(그래서 ‘실지왕’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러나 1203년에 영국 왕이 보르도 상인들의 수출품에 부과하던 세금을 면제해 주기로 하자 상인들은 이러한 왕의 정책을 “위대한 관습Grande Coutume”이라 부르며, 이에 대한 대가로 프랑스 남서 지방의 부르주아들은 영국 왕을 전폭 지지하기로 약속하고 프랑스에 대항하기 시작하였다. 이후, 가스꼬뉴(Gascogne) 지방 상인들은 영국 시장에 대한 독점권을 가지게 되었다.

원래 ‘부르주아’는 상인과 장인들의 도시인 ‘보르도의 성벽(bourg) 안에 사는 사람’들을 의미했다. 영국의 지배 아래 부르주아들은 다양한 권리와 특권을 누렸는데, 그 중 하나가 자신들이 생산한 와인을 지역 내에서 판매하거나 해외로 수출할 경우 세금을 면제받는 것이었다. 15세기, 국제 무역을 통해 부를 축적한 보르도의 부르주아들은 그 지역 최고의 토지를 소유하게 되었고 이는 향후 크뤼 부르주아(Crus Bourgeois)의 어원이 되었다. 몇 세기가 지난 지금, 부르주아들은 메독의 와인산업 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메독 크뤼 부르주아의 재탄생

메독 크뤼 부르주아 연합을 중심으로 뭉친 메독 와인생산자들은 놀라운 결속력을 보여주며 그 전통을 수세기에 걸쳐 이어왔다. 그리고 2009년 말, 정부 당국의 지원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하여 공식 등급으로 인정을 받게 되었다. 인증 첫 해에 290개 후보 중 243개가 크뤼 와인 인증을 받았고, 매년 동일한 기간에 새로운 빈티지의 공식 크뤼 부르주아 선정 리스트가 발표될 예정이다. 크뤼 부르주아 등급 인증은 수확 후 2년 뒤에 발표되기 때문에, 2009년 선정 리스트의 경우 2011년 9월에 발표된다. 현재 크뤼 부르주아 생산 면적은 약 3500 헥타르에 달하며, 전체 메독 와인 생산 면적의 22%를 차지한다.

메독의 크뤼 부르주아 와인은 이미 많이 알려진 최고급 크뤼 부르주아 와인뿐만 아니라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크뤼 부르주아 와인을 찾는 애호가들에게 있어 무한한 보고와도 같다. 3-4년 된 어린 와인도 마시기 좋으며 숙성될수록 맛이 탁월해진다. 탄탄한 구조의 타닌과 복합적인 아로마는 균형이 잘 잡혀있다. 이 두가지 장점 때문에 최고급 요리뿐만 아니라 가벼운 식전주로도 잘 어울린다.



메독 내 주요 AOC

프랑스의 와인 생산지 중 메독은 모래와 자갈, 점토로 구성된 토양과 해양성 기후의 영향을 받은 온화한 기후 덕분에, 포도 재배에 안성맞춤인 천혜의 조건을 가진다. 여기에 여러 포도 품종을 섞는 블랜딩 기법을 통해 풍부한 맛과 다채로운 향을 선사하는 고급 명품 와인이 생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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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맛의 땅, 메독 AOC

메독 AOC는 메독 반도의 북서쪽에 자리잡고 있다. 5700헥타르의 포도밭이 펼쳐진 이 곳은 메독 지방에서도 가장 넓은 지역이다. 북쪽과 북서쪽에 위치한 자갈로 이루어진 언덕에는 수많은 작은 포도원들이 대규모 포도원과 이웃해있다. 강력한 와인생산자 조합이 이 지역 포도 재배자들이 생산한 와인의 숙성과 병입, 유통을 담당하고 있다.

메독의 떼루아는 매우 다양하다. 점토성 석회질 고원, 피레네의 무너진 흙더미로 이루어진 퇴적지, 갸론강이 운반해 온 자갈이 많은 언덕, 그리고 강 하구에 형성된 점토질 많은 충적토 등이 메독의 훌륭한 와인을 만들어낸다. 자갈은 배수를 원활하게 하고, 모래와 점토는 척박한 환경을 만들어내 물이 고이지 않도록 하는데, 이는 포도나무에 수분공급을 제한시켜 뿌리를 더욱 더 깊이 내리도록 만든다.

떼루아의 다양성은 생산되는 와인에도 다양성을 부여한다. 메독 AOC의 크뤼 와인은 매우 다양한데, 모두 원만하고 균형이 잘 잡혀 있고 향이 풍부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섬세하고 우아하며 부케 역시 뛰어나다. 어린 와인은 과일맛이 풍부하며, 숙성되면서 다양한 뉘앙스를 띤다.

가장 유명한 AOC, 마고 AOC

마고는 그랑 크뤼 와인 애호가들 사이에서 메독 지방의 가장 특별한 와인이자, 메독을 대표하는 독보적인 존재라 할 수 있다. 마고는 메독 지방에서 마을 단위 AOC로는 가장 넓은 지역을 차지하고 있는데, 1855년에 분류된 그랑 크뤼 클라세 중 21개가 마고 AOC의 와인이다. 면적은 1500헥타르에 달하며 연간 9백만병의 와인을 생산한다.

마고의 떼루아는 석회질을 기반으로 갸론강의 퇴적물이 계단식으로 배열되어 있는 형태이다. 자갈 토양의 언덕들은 침식작용으로 인해 강쪽으로 경사져 있다. 다양한 크기의 자갈과 조약돌로 구성된 토양은 모래와 점토성 모래가 둘러싸고 있어 훌륭한 와인을 만드는데 필요한 자연적 배수능력과 척박한 환경을 조성한다.

마고만의 풍부한 아로마와 우아함으로, 메독 와인 중에서도 가장 여성스러운 와인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보기 드문 풍만함과 그윽한 부케, 섬세함과 복합성이 과일향과 꽃향, 향신료향, 스모크향과 더불어 조화롭다.

전형적인 메독 와인, 뽀이약 AOC

와인의 수도라 불리는 뽀이약은 역사적인 배경을 간직한 곳이다. 지롱드강 하구에 위치한 뽀이약 항구에는 샤르트롱 부두나 와인 중개산의 술 저장고로 옮기기 위한 나무통을 가득 실은 운송선이 지나다니곤 하였다. 18세기에는 주변 지역에서 생산된 와인의 수송로로 이용되었다. 뽀이약이 전성기를 누린 것은 19세기로, 메독 포도원들의 최대 부흥기이기도 하였다.

뽀이약의 떼루아는 굴곡이 특징이다. 갸론강의 자갈로 구성된 이곳의 토양은 메마르고 척박하며 자연적인 배수가 이루어진다. 자갈과 모래가 섞인 떼루아와 카베르네 소비뇽만을 고집하는 포도 재배자들로 인해, 뽀이약 와인은 과즙이 풍부하고 강렬하며 구조가 탄탄해서 잠재력이 뛰어나기로 유명하다.

숙성이 잘 된 뽀이약 와인은 향신료향과 담배향, 가죽향의 부케를 제공한다. 붉은 과일과 검은 과일의 아로마가 풍성하고 놀랄 정도로 오래 지속되는데, 이 같은 지속성은 뽀이약 와인의 특징 중 하나다. 풍부하고 복합적인 뽀이약 와인은 숙성을 기다려 볼만한 가치가 충분한 와인이다.

부인할 수 없는 탁월한 명성, 오메독 AOC

오메독은 이름('높다'라는 뜻의 haut)에서 연상되듯이 메독의 높은 지역에 자리잡고 있는 것은 아니다. '높다'는 것은 60km를 굽이치는 지롱드강 하구에 비해 지대가 높다는 것이다. 오메독의 떼루아는 매우 다양한 모습을 갖추고 있다. 비율이 다르긴 하나 모래와 점토가 섞인 자갈이 많은 토양이 석회질의 하부토 위에 자리잡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오메독 와인들은 섬세함과 조화로움, 짙은 부케의 변함없는 품질을 자랑한다. 전문가들은 이 곳의 와인이 뛰어난 과일향과 우아함, 균형감, 상대적으로 유연한 구조감, 훌륭한 숙성 잠재력을 지녔다고 입을 모은다.

규모는 작지만 명성은 높은, 물리스 AOC

물리스 AOC는 메독에서 가장 작은 포도재배지이며, 물리스(Moulis)라는 이름은 예전에 이 지역 마을에 많이 분포되어 있던 풍차와 물레방아(라틴어로 Molinis)에서 따온 것이라 한다. 이 지역 토양과 하부토의 북쪽 경계에는 강물에서 운반된 자갈과 모래로 이루어진 퇴적지와 갸론강의 자갈로 이루어진 언덕이 자리잡고 있다. 남쪽은 석회층 위에 얇은 점토질이 드리워진 토양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렇게 다양한 특징을 가진 토양 때문에 물리스를 '메독 포도재배지의 집결지이자 진수'라고 부른다.

카베르네 소비뇽과 메를로를 주품종으로 하여 블랜딩하는데, 그 비율은 두 품종이 자라는 토양에 따라 조정된다. 물리스 와인은 섬세함과 강함, 복합성이 느껴지며, 보기 드문 풍부한 부케를 선사한다. 조화롭고 우아하며 향긋할 뿐만 아니라, 원만함과 타닌이 감미롭게 어우러진다.잠재력이 아주 좋은 와인이다.

자연이 만들어낸 탁월함, 리스트락 메독 AOC

메독 지방에서 가장 높은 해발 43m에 자리잡고 있어서 '메독의 지붕'이라고도 불린다. 이 지대는 남향의 고원이기 때문에 일조량이 좋고, 서풍으로 인해 통풍이 잘 된다. 이러한 국지적 기후는 포도가 규칙적으로 천천히 자랄 수 있게 한다. 리스트락 메독은 물리스와 유사한데, 서쪽으로 피레네 산맥의 자갈로 된 언덕 세 개가, 동쪽에는 갸론강의 자갈로 된 언덕 하나가, 중앙에는 석회질 기반의 고원이 자리잡고 있어서, 와인 애호가들은 종종 비슷한 종류의 와인을 생산하는 물리스와 비교하기도 한다.

리스트락 메독 와인은 강하고 골격이 잘 잡혀 있으며 볼륨감이 느껴진다. 카베르네의 풍부한 과일향과 메를로의 강렬함이 한데 어우러져 섬세함과 남성성이 뒤섞여 있다. 색상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루비색으로 변하고, 서로 다른 요소들은 벽돌이 하나 하나 껴맞춰지듯 조화를 이루면서 와인에 부드러움과 충만함을 선사한다.

강함, 매력, 탁월함을 지닌 쌩쥘리엥 AOC

쌩쥘리엥은 동쪽으로는 모두가 부러워하는 환경을 갖추었는데, 바다에서 베끄 당베스까지 메독 지방의 가장자리를 두르며 내륙 지방으로 흐르는 지롱드 하구가 기후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지롱드강의 엄청난 양의 물은 치명적인 봄 서리나 여름의 건조한 혹서를 누그러뜨린다.

떼루아르는 상대적으로 균일하나, 샤또에 따라 각자의 개성을 띠고 있어 와인마다 다른 스타일을 선사한다. 토양은 주로 충적토나 풍화된 모래가 섞인 갸론강의 자갈로 구성되어 있다. 이처럼 돌과 모래가 뒤섞인 지층은 두께가 수백미터에 달하기도 해서 메마르고 투수성이 좋고, 덥고 척박한 이곳의 토양은 최고의 카베르네 소비뇽을생산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11개의 1855년 그랑 크뤼 클라세 와인과 그 외 몇 개의 크뤼 와인으로 구성된 이AOC는 품질높은 와인을 생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실제로 이 지역 포도재배 면적의 80%는 그 유명한 1855년 등급 와인을 생산하고 있어서 쌩쥘리엥의 와인들은 메독 지방 와인 중에서도 상위급에 속하며, 균형잡힌 훌륭한 품질의 대명사로 손꼽힌다.

일반적으로 이 곳의 와인은 뽀이약의 강함과 마고의 매력을 동시에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쌩쥘리엥 와인의 풍부한 타닌과 섬세한 아로마가 최고의 균형을 이루기 때문이다. 까시스와 말린 자두의 과일향, 가죽향, 바닐라향이 어우러진 표현력 강한 부케도 일품이다.

포도나무가 강을 바라보는 곳, 쌩테스테프AOC

지롱드 강 하구를 따라 뽀이약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쌩테스테프가 다양한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쌩테스테프는 마을 이름이기도 한데, 자신들만의 고유한 색채를 간직한 작지만 유명한 여러 개의 촌락으로 구성된 넓은 지역이다. 이 곳의 포도밭들은 강 하구를 따라 7km에 걸쳐 펼쳐져 있는데, 이를 두고 쌩테스테프에서는 "포도나무가 강을 바라보고 있다"고 한다.

6개 꼬뮌 단위AOC 중에서는 쌩테스테프가 가장 다양한떼루아를 가지고 있다. 이곳의 토양은 자갈과 메독 AOC 지역보다 많은 점토질로 구성되어 있다.쌩테스테프의 와인은색이 진하고 강건하며 타닌이 풍부해 일부 와인의 숙성 잠재력은 놀라울 정도다. 원만하고 풍부한 타닌과 어두운 레드 컬러, 섬세한 아로마와 좋은 구조감 등이 조화를 이룬다.


(자료제공 _ 소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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