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와 호주가 하나가 되다



(PANGEA, 초대륙)


독자들에게 칠레와인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인가? 한국와인시장에서 프랑스와 점유율 1-2위를 다투는 인기,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의 마실만한 와인, -칠레 FTA 덕을 톡톡히 본 국가 등은 칠레 와인에 늘 붙어다니는 수식어들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칠레의 와인생산자들은 가격과 품질 면에서 우수한 와인들을 생산하여 기존의 value wine 생산자라는 이미지에서 탈피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움직임은, 프랑스나 스페인같은 구세계 와인생산국으로부터(뿐만 아니라 호주와 같은 신세계 와인생산국으로부터) 자본과 기술이 유입되면서 가속화되고 있다.


와인 스펙테이터(Wine Spectator)의 저명한 칼럼니스트, 제임스 몰스워스(James Molesworth)는 최근 칠레 와인이 보여준 품질의 향상은 다음의 세 가지에서 연유한다고 말한다. 첫째, 1990년대 칠레의 포도밭들이 대대적으로 재정비되었고 둘째, 포도품종의 클론을 꾸준히 개선하였으며 마지막으로, 더 좋은 토양을 찾아 새로운 포도재배지역들을 개척한 것 등이 칠레 와인이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주었다. 그리고 이 배후에는, 위에서 언급한 해외 자본과 기술의 유입이 한몫을 단단히 한 것도 사실이다.


아팔타 프로젝트의 시작: 칠레의 토양과 호주의 기술이 만나다

국내에서 얄리(Yali)라는 브랜드로 널리 알려진 비냐 벤티스퀘로(Vina Ventisquero)는 칠레의 가장 큰 농식품 무역 회사(국영기업) AgroSuper가 설립한 와이너리로, 설립된 지 불과 12년밖에 되지 않는다. 이렇게 역사가 짧지만 신생 와이너리다운 실험정신과 최고의 품질을 보여주기 위한 노력 그리고 환경친화적인 농법 도입 등을 통해 빠른 시간 내에 칠레의 주요 와이너리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나아가 전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친 와인대가인 존 듀발(John Duval, 1986년부터 호주의 유서깊은 와이너리 펜폴즈에서 수석 와인메이커로 활약. 2002 펜폴즈 그랑쥬를 마지막으로 펜폴즈 와이너리를 떠남) 을 영입하여 최근 칠레의 프리미엄 와인생산자 대열에 합류하였다. 이렇게 비냐 벤티스퀘로와 존 듀발이 합작하여 내놓은 작품은 다름아닌 팡지아(Pangea)이다.

pangea2004.jpg


[
Pangea(팡지아), 고대 그리스어로 전부, 모든을 뜻하는 pan을 뜻하는 Gaia가 합성된 단어로, 지금처럼 각 대륙이 분리되기 전에 하나로 합쳐져 있던 25천만년 전의 초대륙을 일컫는다.]

그가 칠레의 콜차구아 밸리에 위치한 아팔타 지역을 처음 방문했을 때, 첫눈에 이 지역에 심어진 시라(Syrah) 품종의 잠재성을 알아보았다. 이 지역은 와인메이커들이 특별한 애정을 보이며 찾아 헤매는 서늘한 기후지역인데다가, 해안 지역이면서도 온화한 기후를 띤다.

해발 200-475m에 위치한 아팔타의 포도밭은 수확기 동안 건조하고 비가 오지 않아 관개가 필요하지만, 포도나무의 뿌리가 토양 깊숙이 자라서 자생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아주 드물게 한꺼번에 많은 양의 물을 공급하는 방법을 사용한다(호주 바로사 밸리의 수령이 오래된 포도나무는 뿌리가 널리 퍼져있다). 이렇게 뿌리가 깊게 내릴수록 포도나무의 포도는 미네랄 풍미와 복합성을 가진다. 아팔타의 포도밭은 28개 세부지역으로 나뉘어 있으며 각 세부지역에 맞는 품종들이 자라고 있다.

map.jpg


Pangea 와인은 아팔타의 포도밭에서 나는 시라 품종으로 만들어지는데, 호주의 쉬라즈에 비해 색이 옅은 편이라 수확 후 4-5일 정도 서늘한 온도에서 침용과정을 거친다. 그리고 아팔타의 시라가 보여줄 수 있는 우아함과 순수함을 최대화하기 위해 프랑스산 오크통에 18개월 간 숙성된다. 듀발은 이 와인에 Pangea라는 이름을 붙인 까닭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GJ1X9152.JPG“’초대륙 즉 하나가 된 온전한 대륙이라는 뜻의 팡지아는, 칠레의 토양과 포도가 호주에서 쌓은 나의 기술과 경험과 만나 하나의 조화로운 와인으로 탄생한다는 의미를 가진다. 내가 팡지아를 만드는 과정은 호주에서 쉬라즈 와인을 만들던 방식과는 다르다. 그 이유는 포도가 생산되는 토양과 포도의 성질이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칠레의 비냐 벤티스퀘로와 함께 남미와 호주의 초대륙적 합작품 Pangea를 내놓은 그의다음 행보는 미국 워싱턴으로 이어진다. 그는 현재 필립 멜카(Philippe Melka), 미셸 롤랑(Michel Rolland) 등 내로라는 유명 와인컨설턴트 및 양조가들과 함께 Long Shadows라는 프로젝트를 실행 중이며 이로써 북미, 호주 그리고 유럽을 잇는 또 다른 초대륙적 합작품이 만들어지고 있다.환율전쟁이다 무역전쟁이다하며 국가별로 이익을 챙기느라 바쁜 각 국가도 하기 힘든 초대륙화가, 이렇게 와인메이커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일까.


(국내수입처: LB와인 031 908 9630)


- 저작권자ⓒ WineOK.com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1. 남아공 와인, 예전같지 않다! - 닐 엘리스

    닐 엘리스 Neil Ellis 대표,한스 슈뢰더와 나눈 솔직한 대화 남아공이 달라졌다 ! 올 여름, 뜨거운 태양에 지친 몸을 달래기 위해 너도 나도 시원하게 칠링이 된 스파클링 와인이나 화이트 와인을 마시고 있을 때, 한 지인과의 자리에서 (날씨와는 어울리지 ...
    Date2010.11.05
    Read More
  2. 신세계 피노누아 생산자들의 표본 - 코노 수르

    1995년 3월, 잰시스 로빈슨 MW(Jancis Robinson, Master of Wine)은 디캔터((Decanter)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다음과 같은 의문을 제기하였다. “그 어떤 것보다도, 잘 만들어진 부르고뉴 피노 누아를 대할 때 가장 흥분된다. 하지만 이 와인들이 생산되는 보...
    Date2010.11.03
    Read More
  3. 칠레와 호주가 하나가 되다 - 팡지아

    칠레와 호주가 하나가 되다 팡ㅣ지ㅣ아 (PANGEA, 초대륙) 독자들에게 ‘칠레와인’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인가? 한국와인시장에서 프랑스와 점유율 1-2위를 다투는 인기,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의 마실만한 와인, 한-칠레 FTA 덕을 톡톡히 본 국가 등은 ...
    Date2010.10.26
    Read More
  4. 바로사 밸리의 와인 외교관, 울프 블라스

    바로사 밸리의 와인 외교관, 크리스 헷처 & 울프 블라스 WOLF BLASS 크리스 헷처가 울프 블라스 와이너리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1987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가 수석 와인메이커로 활동하고 있는 지금껏 울프 블라스에 몸담은 기간은 20여 년을 훌쩍 ...
    Date2010.10.23
    Read More
  5. 미셸 피카르, 남북 화합의 상징 될까?

    남북 화합의 상징 될까? 미셸 피카르 Michel Picard 2007년 10월, 남북정상회담 중 오찬 장면이 전국에 생방송으로 중계되고 있을 때였다. 노무현 前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나란히 앉아 있고, 김 국방위원장이 누군가에게 어떤 와인을 가리키며 잔에 ...
    Date2010.10.22
    Read More
  6. 백악관의 단골 만찬주, 슈렘스버그

    Beloved Sparkler of the White House, Schramsberg 백악관의 단골 만찬주, 슈렘스버그 미국 최초로 스파클링 와인을 생산한 역사와 함께 지금까지 명실상부한 미국 최고의 스파클링 와인 생산자로 평가받는 슈렘스버그. 1965년부터 Davies 가문에 의해 운영...
    Date2010.10.07
    Read More
  7. 교향곡의 아버지 하이든이 사랑한 에스터하지

    “내게 와인을 달라” 교향곡의 아버지 하이든, 그가 사랑한 와인 에스터하지 수많은 종류의 와인들이 펼쳐진 진열대를 바라보는 소비자들은 혼란스럽다. 다양한 와인산지, 브랜드, 품종, 스타일, 가격 등 고려해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
    Date2010.10.05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39 40 41 42 43 Next
/ 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