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ul Gourmet 2010

7인의 셰프가 들려주는

한식 발전에 대한 담화




Seoul Gourmet 2010

지난 해 ‘Amazing Korean Table’이라는 이름으로 최초 개최된 이후 ‘Seoul Gourmet 2010’으로 이름을 바꾸어 올 해 2회째 개최되는 이 행사는, 세계 정상급 셰프들과 해외 언론인들을 초청하여 한국 식자재의 매력과 한식의 우수성을 체험하게 함으로써 한국의 맛을 널리 알린다는데 그 의의가 있다.

주최측인 서울관광마케팅(주)에 따르면, 꾸준한 Seoul Gourmet 행사 개최와 한식홍보는 한식을 세계적인 오뜨 퀴진haute-cuisine의 반열에 올려놓을 뿐만 아니라, 해외관광객 유치를 활성화하는데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27일에 열린 기자간담회에는 Seoul Gourmet 2010 참석차 한국을 방한한 7인의 세계적인 유명 셰프들과 세계 각국의 언론인들이 모여 한식에 대한 그들의 의견을 공유하였다. 기자간담회 1부에서는 7인의 셰프들이 각기 한식에 대한 경험담과 그들의 시각을 발표하였고, 2부 포럼에는 뉴욕 파이낸셜 타임즈 및 스페인 엘문도 음식전문기자가 패널로 등장하여 한식의 세계화에 대한 토론을 전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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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 셰프들 대부분 한식에 대한 경험 많지 않아

Seoul Gourmet 2010 개최 3개월 전, 주최측은 참석이 예정된 셰프들에게 한국 음식 문화와 식자재를 소개하는 자료 및 한국 식자재(고추장, 된장, 간장 등 전통 장류와 참기름 같은 소스류, 말린 채소, 건어물, 오미자를 비롯하여 다양한 종류의 곡물과 국수류 등)를 2-3차례에 걸쳐 보냈다. 셰프들이 행사 참여에 앞서 한국의 식자재를 먼저 체험하고 연구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이렇게 한국의 식자재를 접한 셰프들의 반응은 제각각 달랐다.

유기농 요리의 대가로 평가받는 페르난도 델 세로(Fernando del Cerro, 스페인)는 “한국의 양념은 재료의 풍미를 깊게 하고 음식의 균형을 맞춰 준다고 느꼈다. 특히 유기농 채소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이탈리아의 유명 셰프 카를로 크라코(Carlo Cracco)와 미슐랭 3 스타 셰프인 미셸 트와그로(Michel Troigros, 프랑스)는 “이전까지 한식에 대한 경험이 없었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에서 한식을 접하기가 쉽지 않다”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하였다.

진공, 저온 조리법의 선구자로 불리는 브루노 구소(Bruno Goussault, 프랑스) 역시 “한식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간장 젓갈류는 매우 뛰어난 식자재임을 알게 되었다”고 말하며 “이들에 대해 더 자세히 연구해 보겠다”고 덧붙였다.

4세 때 벨기에로 입양되었고 현재 분자요리의 대가로 알려져 있는 한국계 벨기에인 셰프 상훈 드장브르(Sang-Hoon Degeimbre)의 경우, 벨기에에서 김치를 여러 온도에서 발효하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으며 김치에 대한 자료를 얻기 위해 문헌을 찾아보았으나 마땅한 자료를 구할 수 없었다고 털어놓기도 하였다.


세계적인 유명 셰프들이 평가하는 한국음식

미셸 트와그로 – 한국 음식은 스타일 면에서 접근이 쉽지만은 않다. 특히 고추를 활용한 식자재는 다소 공격적이고 까다롭게 느껴진다. 특히 한국의 발효 음식은 서구인들이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조절되어야 할 것 같다. 유럽에서 치즈가 인기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정작 발효된 식품을 선호하지는 않는다(이 대목에서 그는, 유럽에서는 애초에 발효를 정상적인 가공과정이 아닌 비정상적인 mistake로 받아들였다고 설명하였다).
한국산 쌀은 서구에서 일반적으로 먹는 쌀과는 달리 찰기가 있으며 맛이 좋다. 한우의 품질도 우수하며 오미자의 경우 매우 독특한 풍미를 지니고 있다. 발효식품보다는 이렇게 우수하고 독특한 식자재를 먼저 알리는 것이 낫지 않을까 제안해 본다.

루이지 비아제토(Luigi Biasetto, 이탈리아) – 한국인들은 발효음식을 참 좋아하며 상대적으로 디저트류에는 민감하지 않은 것 같다. 그리고 한국 음식 중에는 다소 쓴 맛을 지닌 것들이 많은 것 같다. 한국의 해산물과 한우의 질이 매우 뛰어나기 때문에, 프랑스 음식에 활용되면 좋을 것 같다.

상훈 드장브르 – 한국의 고추장이나 간장 같은 식자재는 다른 나라의 소스와 비교했을 때 식감이 강한 편이다. 그리고 독특한 맛과 향으로 수출도 가능하지 않을까 한다. 단 이러한 제품을 수출할 때에는 한국고유의 이름을 지키라고 덧붙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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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음식, 이렇게 알려라

미셸 트와그로 – 프랑스로 한국 식자재가 도착했을 때 적잖이 실망했다. 포장 상태에 만족하지 못했는데, 포장은 제품의 품질과 위생을 보여주는 것이다. 맛뿐만 아니라 어떻게 보여지는지도 중요하다.
그리고 외국인들의 한국음식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간단하고 먹기 쉬운 음식부터 소개하는 것이 좋겠다. 서구에 일본식 스시가 소개된 것은 불과 30년 전이며 이때부터 생선을 날로 먹는 것에 대한 서구인들의 인식이 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작 일본요리가 서구에 소개된 것은 스시가 아니라 데리야끼 같은 간단한 일식요리부터였다. 한국도 마찬가지로 김치나 된장 같은 발효식품보다는 불고기처럼 간단한 요리로 먼저 서구인의 입맛을 공략하기를 권한다.

상훈 드장브르 – 음식을 접할 때 중요한 것은 그 음식의 본질(essence of food)을 느끼는 것이다. 이는 한 국가나 문화의 정체성을 이해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솔직히 지금까지 한식을 접하면서 아직 한식이 가지고 있는 뚜렷한 색을 발견하지 못했는데, 아마도 한국인들이 한식에 대해 너무 겸손하고 소극적이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리고 한국음식이 수출되기 위해서 적절한 응용과 변형을 가하는 것이 필수라고 본다. 예를 들면 유럽에서도 김치를 만들 수 있게 하기 위해 유럽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로 김치를 만드는 법을 개발하는 것이다.

루이지 비아제토 - 한 나라의 음식문화가 세계적으로 알려지기 위해서는, 유명셰프가 선보임으로써 대중들에게 전파되는 top down 방식이 아니라 대중들이 즐기는 것부터 시작하는 bottom up 방식으로 알려져야 한다. 대중들이 쉽게 즐길 수 있도록 하려면 각 국가 사람들의 입맛에 맞도록 변형되어야 할 것이다. 일본의 경우 이런 방식으로 일본 요리를 널리 알린 성공사례이다.


한식 알리려면 젊은 한국 셰프들 키워야

아무리 맛있는 한식 요리라도, 정작 그것을 만들어 세상에 내보일 인재들이 없다면 무슨 소용일까. Seoul Gourmet 2010 참가 셰프뿐만 아니라 패널로 참석한 언론인들은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 선봉에 서서 세계적으로 활약할 수 있는 젊은 한국 셰프들이 발굴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에 대해 서울관광마케팅(주) 구삼열 사장은, 한식 홍보에 이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으며 유망한 젊은 셰프들을 양성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답변하였다.


7인의 셰프를 비롯한 패널들은 한식과 한국 식자재가 세계적인 트렌드-slow food, healthy food-에 맞는 자질을 갖추었다고 동의하면서도 세계에 알려지기 위한 한식 변형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Seoul Gourmet 2010 행사 기간 동안 이들 셰프들은 다양한 한식 재료를 응용하여 독자적인 메뉴를 선보이게 된다. 우리는 이를 통해 한식이 서구 유럽에서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 소개되어야 할지에 대한 귀중한 지침을 얻을 수 있다.

덧붙여 이들이 소개하는 메뉴의 재료나 조리방법만 들여다보는 것보다는, 이 메뉴들이 서구인들의 어떤 분위기나 환경에 어울릴 수 있는지를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부침개를 알리기 위해서 굳이 비오는 날과 막걸리를 언급할 필요가 있을까. 오히려 야외피크닉이나 그들이 즐겨 마시는 와인과 어울리는 한국 요리로써 부침개를 소개하면 더욱 친근하게 다가갈 것이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우리가 매운 고추장 양념 요리를 먹을 때 달콤한 화이트 와인을 종종 곁들이는 것처럼, 그들이 달콤한 화이트 와인을 마실 때면 한국식 고추장 양념 요리가 잘 어울린다고 설득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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