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odynamic Wine, a Bottled Cosmos

비오디나미 와인,

자연의 순리를 담다 (1)


글 _김홍원 ㅣ 사진제공 나라식품(주) _조셉 펠프스 와이너리


최근에 화제가 되었던 일본의 사과 농부 기무라 아끼노리의 ‘사과 나무 이야기’를 보면 우리가 농약, 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식물을 재배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라는 것을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그는 무농약 재배를 결심한 후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시도를 다 해 보았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과나무는 오히려 죽어갔다. 결국 10여 년에 걸쳐 수많은 노력과 좌절을 겪은 후에야, 농약 없이 재배하기 힘들다는 사과를 자연 재배하는데 성공했다. 그가 자연 재배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다음과 같은 진리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사과나무가 아니라 그것이 자라는 토양이 건강해야 한다는 진리, 그리고 토양이 건강해지려면 토양을 인위적으로 변화시켜서는 안 된다는 진리가 바로 그것이다.

최근 전세계적인 이슈는 친환경, 건강, 유기농 등 삶의 질적 요소를 강조하는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자연적이고 순수한 요소들이 더 주목 받고 있는 현실 속에서, 와인업계에도 유기농 와인(organic wine)과 비오디나미 와인(biodynamie vin, biodynamic wine. 다음부터 biodynamie wine으로 표기)과 같은 친환경 와인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유기농 와인이란 일반적으로 화학비료, 제초제, 살충제를 사용하지 않고 재배한 포도로 만든 와인을 의미하며 미국에서는 보존제를 첨가하지 않은 와인을 의미하기도 한다. 유기농 와인보다 한 차원 높은 자연친화적인 경작법이 비오디나미이다.

비오디나미 농법은 최근 전세계 와인 애호가들에게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와인양조법으로, 앙리 자이에(Henry Jayer), 부르고뉴의 도멘 드 라 로마네 콩티(Domaine de la Romanee Conti), 도멘 르로와(Domaine Leroy), 론 지방의 엠 샤프티에(Masion Chapoutier), 미국 나파밸리의 아라우호 에스테이트(Araujo Estate), 조셉 펠프스(Joseph Phelps Vineyard), 스페인의 클로스 레르미타(lErmita) 등 세계적인 와이너리에서 이 경작법으로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1.jpg비오디나미는 오스트리아 철학자 루돌프 슈타이너(Rudolf Steiner, 1861~1925)가 1924년에 기술한 포괄적이고 실용철학적인 개념에 유기농법(organic culture)을 포함시킨 것이다. 비오디나미 농법은 포도재배를 화학적인 작용에 의지하지 않고 1)토양의 활기를 찾기 위한 퇴비조성과 2)식물의 생장에 활력을 주는 지구, 해, 달 태양계의 순환으로 생성되는 에너지의 형태를 도입한 것으로 자연순리적인 의미가 강하다.

이 경작법은 화학비료와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별과 달의 주기에 맞춰 포도를 재배한다는 궁극의 자연농법이며 주술적인 성격이 강한 농사 기법이다. 비오디나미를 경배하는 와이너리는 포도나무에 음악을 들려주기도 하는 등 유기농법을 뛰어넘어 마술에 가까운 농법을 보여주고 있다.

이 비오디나미 농법은와인의 품질과 맛에 효과를 보이고 있고 인기도 끌고 있으니 연구의 가치가 충분하다. 하지만 다른 의견도 만만치 않다. 포도 재배에는 다른 채소에 비해서 농약이나 화학비료가 많이 사용되지 않으며 와인이 생산되는 지역은 대부분 서늘하고 건조해서 병충해가 별로 없다. 또한 발효과정을 거치면서 인체에 해로운 농약 성분은 대부분 분해된다. 따라서 이들의 주장은 유기농-비오디나미 와인의 등장은 건강보다는 맛 때문이라는 것이다. 즉, 농약이나 살충제를 사용하게 되면 포도 생산은 늘어나지만 각각의 고유한 개성은 줄어들고 농축미있는 테루아(terroir)를 느끼기 어려워진다. 그래서 비오디나미라는 용어가 등장하기 전부터 고급 와인생산자들은 농약과 살충제 사용을 억제하며 와인을 생산해 왔다는 것이다. 일부 와인 전문가들은 이런 점을 들어 비오디나미와 같은 친환경 와인을 마케팅적 개념으로 생각하고 일부는 비오디나미 경작법은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비난하기도 한다.

하지만 사회가 발전하고 식문화가 발전할수록 사람들이 친환경 유기농 상품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처럼, 비오디나미 와인에 이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친환경적이고 음력에 기반한 전통적인 농사기법을 활용한 포도 재배와 와인 생산 그리고 그 결과물인 비오디나미 와인의 높은 품질과 맛은, 사실 스토리텔링 마케팅 측면에서 중요한 차별화 요소이기도 하다.

이렇듯 논란의 여지가 있는 비오디나미의 진정한 의미와 세계적인 경향, 그 진행 방향과 향후의 상품적 가치에 대해서 앞으로 논해 보고자 한다.



글쓴이_김홍원
신세계 푸드 바이어,중앙대학교 마스터 소믈리에 3기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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