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odynamic Wine, a Bottled Cosmos

비오디나미 와인,

자연의 순리를 담다 (3)




글 _김홍원 ㅣ 사진제공
www.coulee-de-serrant.com,신동와인 _ 세냐 Sena



본격적인 움직임 _ Nicolas Joly와 협회의 역할

비오디나미 농법을 프랑스에서 처음 도입한 사람이 바로 니콜라 졸리(Nicolas Joly)이다. 사실 생물기능농법의 기본원리는 1924년에 확립되었지만 1980년대까지 별 움직임이 없었는데, 니콜라 졸리의 루아르쿨레드 세랑(Coulee de Serrant)을 현대적인 생물기능농법의 발생지로 보고 있다.

졸리는 1945년생으로 프랑스 파리에서 경제학을 전공하였으며 이후 미국 콜롬비아 대학에서 Master of Business Administration을 전공하였다. 이후 프랑스 은행에서 근무하다, 가족 경영인 도멘에 합류하게 되었다. 그는 현재 행해지는 모든 포도 농사는 토양을 해치고 있으며, 와인의 개성들이 사라져 가고 표준화된 와인들이 주로생산되고 있다고 믿었다.

그는 각 토양에 따라, 누구도 모방할수 없는 고유의 독특하고 개성있는 특별한 와인을 생산하기로 결정하고 비오디나미 농법을 도입하게 된다. 그는 모든 포도밭은 다른 포도밭과 비교되는 독특하고 개별적인 유기체를 갖고 있다고 전제하고, 이러한 유기체가 식물과 서로 연계해 공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식물의 뿌리 잎 꽃 열매에 영향을 미치는 별과 달의 위치에 따라 작업 일정을 계획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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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충제와 제초제는 당연히 사용하지 않으며 대신 황소 우각과 분뇨로 만든 퇴비, 규석, 서양 가새풀, 카밀레, 쐐기풀, 오크 껍질, 민들레 등의 동식물의 자연 퇴비를 사용한다. 이렇게 해야 최적의 토양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즉, 땅이 살아 있으면 지력이 좋아지고 결국에는 여러 병충해에 대한 저항력이 생긴다. 뿐만 아니라 흙 속에는 미생물이 많아져서 뿌리에 많은 영양분을 공급하게 되고 이렇게 해서 건강하게 자란 뿌리는 나무와 균형을 이룰 만큼 튼튼해진다.

루아르 지역에서 포도를 재배하는 니콜라 졸리는 매년 추분이 되면 소뿔에 소의 분뇨로 만든 비료를 채워 넣는다. 그리고 밤하늘의 기운이 가장 강하다고 여겨지는 시점에 뿔을 땅에 묻는다. 나중에 춘분이 되면 그는 뿔을 파내 뿔에 남은 것을 빗물로 거르고 한 시간 동안 흔들어 소용돌이를 만든다. 그리고 그 액체를 농장 이곳 저곳에 뿌린다. 그는 그 액체가 땅에 생기를 불어넣는다고 확신한다. 실제 그가 이렇게 생산하는 쿨레 드 세랑 와인은 아주 좋은 평가를 얻고 있다.

니콜라 졸리외에도 프랑스 부르고뉴의 르로와(Leroy), 도멘 에이 앤 피 드 빌렌(Domaine A et P de villain), 도멘 몽띠리우스(Domaine Montirius), 알자스의 도멘 도멘 마르셀 디스(Domaine Marcel DEISS), 호주의 컬렌(Cullen), 칠레 에라주리즈(Errazuriz)의 세냐(Sena) 등이 대표적인 비오디나미 와인으로 유명하다. 이들은 ‘BIODYVIN’이란 협회를 구성했는데 니콜라 졸리가 주축이 돼어 활발한 운동을 벌이고 있다. 협회는 주요 와인 소비 국가를 다니면서 콘퍼런스, 컨벤션을 진행하는 등 비오디나미 와인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를 진행하고 있다.



비오디나미에 대한 논쟁

부이세(Boisset family, 도멘 드 라 부즈레 Le Domaine de la Vougeraie)는 ‘내가 자란 작은 마을 부조(Vougeot)에서는 전통을 따르는정원사들과 포도 재배업자들은 늘 음력을 활용해 왔다. 그것이 상식이자 관행이었기 때문이다. 태양과 달의 리듬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라고 말했듯이, 예로부터 동서양을 막론하고 우주의 흐름과 농사는 밀접한 관계가 있음이 분명하다.

음력에 따라 묘목을 심고 가지를 치는 전통적인 농법은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활용되는 농법이다. 또한 논리적으로 볼 때 달의 인력이 바다에 간만의 차이를 일으킬 정도라면 수분과 수액이 많은 식물도 이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사실 이는 새롭게 발견된 이론이 아니며,농부의 책력(Farmers’ Almanac)에는 달의 모양에 따른 길일이 표시돼 있고 음력에 입각한 농사법은 전 세계에 이미 널리 퍼져 있다.

비오디나미 농법에서는 유기농 유황 구리혼합물 외레에는 어떠한 화학분무제와 인공비료, 농약도 쓰지 않고 양조장에서 포도는 자연 효모로만 발효시킨다. 즉 정제나 여과 혹은 산성화나 비산성화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 이처럼 인공적인 조작을 하지 않는 것은 정말 힘든 와인 생산 방법이다. 자연 그대로를 존중하기 때문에 인공 첨가제, 트랙터를 쓰는 대신에 소나 말을 사용해 포도밭을 갈고 있으니 참 힘든 포도 경작법이다. 알코올 도수를 높이기 위해서 설탕을 첨가한다거나 인위적인 당도를 줄이지도 않는 것은 기본이고 가산도 불가하다.

비오디나미에 회의적인 사람도 있다. 세계 최고의 포도재배 전문가로 알려진 리처드 스마트(Richard Smart)는 비오디나미를 사술에 불과하다고 폄하한다. 또한 여러 가지 이유에서 대기업 소유의 와인 메이커들도 이런 비오디나미 경작법을 채택하지 않는다. 비오디나미는 주주총회에서 화젯거리가 될지는 몰라도 시장에선 먹혀 들지 않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비오디나미는 일손이 많이 가고 포도나무와 그 주변 환경에 끊임없는 정성과 관심을 쏟아야 한다.

유명 와인대학인캘리포니아 UC데이비스 캠퍼스의 앤드루 워커 교수(Dr. Andrew Walker)는 ‘이 경작법은 과학이 아니며 과학적 방법도 아니다’라고 강조하면서도, ‘포도나무의 건강한 성장이 온전히 슈타이너 영농법 덕택이라면 놀라운 일이다.하지만 이러한 농법을 따르려면 포도밭 관리에 엄청난 관심을 쏟아야 한다. 내가 볼 때 농법 자체보다는 이러한 엄청난 관심과 노력이 더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 같다. 어쨌든이 농법을 시행하고 있는 일류 양조장들은 지속적으로 훌륭하고 개성있는 와인을 만들어 낸 것은 사실이다.’라고 긍정적인 시각도 함께 피력하고 있다.

비오디나미 방법으로 경작하려면 포도원의 컨디션을 최상으로 유지해야 한다. 앞서 말한 것과 같이, 가장 이상적인 슈타이너 농법은 각 포도원이 필요한 요소를 자체 토양에서 얻는 것이다. 예를 들어 슈타이너 기법 중 이른바 ‘501’에서는, 석영을 갈아 빗물과 섞은 뒤 소뿔에 담다 봄철에 땅속에 묻었다가 가을에 꺼내 사용하는 방법이 상술돼있다. 물론 모든 자연적 요소를 100% 자체 조달하고 실행하기란 어려운 것이 사실이고 와이너리가 소뿔 때문에 경작용 소떼를 보유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비오디나미의 또 다른 매력은 땅을 치유한다는 개념, 즉 토양과 주변환경인 우주를 조화로운 상생의 관계로 복원시킨다는 것이다. 이는 유기농법을 시행하는 농부가 추구하는 목표와 비슷해 보인다. 슈타이너의 제자들은 단순히 태양과 달의 영향만 고려하지는 않았다. 예들 들어 그들의 생물역학력 2007년 9월란에는 수성이 처녀자리에 위치하면 근채류가 자라고 당분이 증가한다고 기재돼 있다.

자연산 와인 옹호자들은 비오디나미로 재배한다고 모두 좋은 와인은 아니며 비오디나미로 재배한 싸구려 와인도 많다고 조심스럽게 지적하면서도 적어도 비오디나미는 자연과 인간에 해가 되지는 않는다라고 이야기한다. 비오디나미로 빚은 와인이 건강에 좋다는 주장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환경을 더 건강하게 만든다는 사실은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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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디나미 농법의 특징

비오디나미 농법은 농장 전체를 하나의 완성된 유기체로 보고 외부의 도움이나 낭비 없이 자율 통제에 의한 생태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한다. 가령 식물에게 비료를 주는 것은 식물 스스로의 힘으로 양분을 흡수하는 능력을 저하시키므로 금지사항이다. 포도나무에 음악을 들려주고, 달이나 별의 상태와 주기에 따라 경작하고, 소뿔을 포도밭에 묻어 놓는다거나, 포도 덩굴을 다루며 주문을 외우기도 한다. 오늘날 세계 최고의 와이너리들은 마치 마법이나 주술에라도 걸린 듯, 이렇듯과거 이교도의 모습 비슷한것을 따르며자신들의 포도 재배에 혼신을 기울이고 있다.

비오디나미 농법에 의하면 식물의 질병은 달 기운이 너무 강하게 작용할 때 발생한다. 그래서 농토에 달의 기운을 전하는 물의 힘을 빼앗고 특별한 물질을 뿌리면, 이러한 달의 기운을 줄일 수 있다고 믿는다.예를 들면 진하게 다린 쇠뜨기풀을 약간 뿌리거나 하는 등의 방법이 그것이다.

비오디나미 농법은 유기농법을 넘어서 얼핏 봐선 미신이라고 할 수 밖에 없는 독특한 내용을 포함하지만, 소뿔을 땅에 묻는 것과 같은 특정 농법의 경우는 신빙성이 있다. 실제로 소뿔을 땅에서 꺼내어 그 안의 퇴비를 관찰해보면엄청난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샤푸티에(Chapoutier)는 이 소뿔을 현미경으로 들여다 보면 박테리아의 수가 엄청나게 증가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비오디나미로 만든 퇴비에는 유기농 퇴비에 비해 박테리아 수가 백만 배나 더 많다고 덧붙였다.

스위스 과학자들이 21년에 걸쳐비오디나미와 유기농법의 효과를비교한 결과,비오디나미를 적용한 토양의 경우 유기농법에 비해 생물 다양성이 더광범위할 뿐만 아니라 미생물 수도 훨씬 더 많다는 사실이 밝혀졌다(2002). 이처럼 비오디나미에는 우리가 아직 과학적으로는 밝혀내지 못했지만실제로 관찰되는현상들이 존재하고 있다.





글쓴이 _ 김홍원
신세계 푸드 바이어, 중앙대학교 마스터 소믈리에 3기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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