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대쪽처럼 퍼붓는다.

시황에 민감한 신문은 연일 가뭄과 그 피해상황에 대해 설명하면서 "어떻든" 비가 와야 산다고 했던 적이 바로 엊그제다.


그런데 그 신문은 일주일도 되지 않아 이젠 장마로 인한 침수를 걱정하고 있다.

" 우리나라도 '한' 기후 하지 ! "

창밖으로 내리는 비를 묵묵히 보고 있는 스테판의 표정이 무겁다.

" 띠리링~ 띠리링~ "

바로 그 때다, 영동의 샤또 마니에서 전화가 걸려 온 것은...

샤또 마니의 윤사장이었다.


지난 번 중앙대 학생들하고 견학을 할 당시 잠시 언급했던 포도품종 교체에 관한 문의였다.

" 복안이 있으십니까? "
" 샤르도네 (Chardonnay) 를 심어 볼까 합니다... "

샤르도네!
듣기만 하여도 이 얼마나 가슴이 뛰는 이름이냐!
적포도주에서 까베르네 쏘비뇽이 차지하고 있는 위치와 특성을 갖고 있는 백포도 품종이 바로 샤르도네(Chardonnay)이다. 병충해에도 강하며 어디서든 웬만큼 잘 자라는 효자 품종이다.

마침, 소비뇽 블랑과의 면접을 마친터이라 스테판은 '옳거니' 싶어 샤르도네를 불렀다. 소비뇽 블랑을 발랄한 아가씨라고 한다면, 샤르도네는 우아한 귀부인이기 때문이다.

" 온 세계 사람들이 왜 저를 키우려고 하는지 아세요? "

연한 개나리색 원피스에 까만 점이 점점이 박힌 드레스를 입고 나타난 여인은 영락없는 잘익은 샤르도네였다. 다른 청포도에 비해 색소가 노란색으로 빨리 물들기 때문이다.

그 아름다운 자태에 넋을 잃고 바라보던 스테판은 이 말에 비로소 정신을 차렸다.

" 포도 농군이면 농군, 와인메이커면 와인메이커…. 누구에게나 만족을 주는 그런 품종이기 때문이지요. 뭐~ 저만큼 농사짓기 편한게 없다나요?? (으쓱-!), 한마디로 효녀 심청이 따로 없지요. "

사실 샤르도네는 와인산업에 있는 모든 이를 만족시키는 거의 유일한 품종임에는 틀림없?? 우선 포도 농군은 재배하기 편하고, 와인메이커는 와인을 만들기 어렵지 않고, 상인들 입장에선 잘 팔리니 좋고, 소비자들은 품질에 대한 큰 불안없이 믿고 마실 수 있어 좋다.

" 니가 그렇게 자랑을 해도 난 너의 약점을 알고 있어, 이눔아~. 매년 봄에 프랑스 샤블리 (Chablis) 농군들을 뜬눈으로 지새게 하는게 누구지~ ?? "

벌써 다섯차례의 면접을 본 스테판이 아닌가.
이제 대충 어떻게 하면 지원자들은 요리할 수 있는지 노하우가 생겼던 것이다.

" 앗! 에구머니나… 그건 … 저기 … 에~ … 그러니까 … "

갑자기 멈칫하는 우리의 샤르도네.

샤르도네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사실 스테판은 알고 있었다.
샤르도네 역시 "완벽"하게 편한 품종은 아니었던 것이다. 태생적으로 일찍 싹이 트는 조생종이라 초 봄의 냉해가 잦은 지역에서는 뜬 눈으로 고뇌의 몇일 밤을 지새야 한다.

" 그렇지만 대신 우리는 그만큼 빨리 익잖아요~. 이것도 큰 장점이라구요~!! "

" 허허, 이 녀석. 제법인데… 받아 칠 줄도 알고~ "

그렇다. 사실 샤르도네에 대한 냉해 걱정은 샤르도네가 가져다 주는 혜택에 비하면 하나의 '까탈스런 애교"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도 모르는 바 아니다.

" 저희들은요~ Pinot noir 다음으로 일찍 익기 때문에, 9월의 일기 불순을 피할 수 있어요. 그래서, Riesling 과는 반대로, 햇볕이 풍부한 여름 한 철이 짧은 지역에도 적합한 품종이라고 볼 수 있죠. 또한 추위에도 강하기 때문에 겨울이 매서운 곳에서도 잘 견뎌요, Champagne 로 이사간 제 친구들을 보세요… "

샤르도네 역시 기가 센 품종이라 식재밀도를 높이거나 가지치기를 엄격히 하여 통제하여야 열매가 실하게 된다. 소출이 규칙적이라는 것도 샤르도네의 큰 장점중의 하나이다. 스테판 자신도 샤르도네를 편애하고 있음을 굳이 감추지는 않는 것이, 지난 날 부르고뉴 지방에서 수학할 때, 그 가치를 눈여겨 보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 때, Antonin Rodet 포도원에서 함께 일했던 양조학자 Nadine 은, " 정당한 샤르도네라면 그것을 가지고 수준 이하의 포도주를 만들기는 쉽지 않다 (?)" 라는 우회적인 표현으로 샤르도네의 미래 가치를 스테판에게 심어주었던 것이다.

이렇듯 샤르도네의 가치는 양조장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샤르도네 만한 스타라면 당연히 가져야할 "콧대"도 없다.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다. 자기를 가지고 여러가지 스타일을 만들려는 시도도 잘 받아준다.1 한마디로 통이 큰 놈이다.

" 사람들은 저보고 개성이 불명확하다고 하지요. Cabernet 나 Sauvignon 과 비교해 보면 그렇기도 해요. 걔들은 자기 표현이 확실하잖아요? "

아니.. 왠일이지 … 이놈이 자기비하를 다하고…


좀 안됐다 싶은 생각이 든 스테판은 이내 샤르도네 여사를 방어하고픈 보호본능이 솟아오름을 느꼈다. 우리가 남인가요?

" 아니야… 난 그렇게 생각지 않아. 너야말로 "질좋은 하얀 도화지"야 ! 그 도화지위에 화가가 자기의 재능을 표현하여 빛나도록 허락하는 하얀 도화지 말야~ "

갑자기 튀어나온 큰 목소리에 자신도 놀랐는지 머쓱해진 스테판의 얼굴이 바알갛게 상기되었다.

하지만 사실이다. 샤르도네는 토양과 기후, 양조기법과 숙성방법 등 모든 외부의 영향을 100% 받아들여 소화할 준비가 되어 있는 "훌륭하고 완벽한 원자재" 인 것이다.

"저의 기원에 대해서는 아직 확실한 자료는 없어요. 단지, 옛날에는 Pinot 계통에 속한다고 알려졌었다가 지금은 독립적인 품종으로 밝혀졌다는 것 밖에요. 혹자는 시리아, 레바논 원산이라고도 하구요. 재미있는 것은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의 마꼬네쪽에 제 이름을 한 마을이 있어요. 어쨌든, 저와 관련이 있는 것만은 확실하지요."

이처럼 고급품종의 소탈한 성격이기에 특히 신세계의 와인 산지를 중심으로 그 재배지역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이미 캘리포니아에서는 1970년대 이래 나름대로의 "캘리포니아 샤르도네2" 스타일을 만들었고, 호주에서도 태양이 가득한 "호주 샤르도네"를 느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샤르도네의 가장 귀족적인 구현은 Grands Bourgognes 이다. 이들만큼 섬세하고 우아하며 동시에 힘찬 복합미를 겸비하는 와인은 드물다.

프랑스에서도 샤블리 (Chablis)와 꼬뜨 드 본느 (Cote de Beaune)는 드라이한 화이트 샤르도네의 전형을 보여준다.

" 샤블리는 아까 제가 대충 넘어간…( ^^ ) 초 봄의 냉해만 조심하면, 저에겐 최적의 입지 조건이지요. 상큼한 사과향과 달콤한 꿀향이 엮어내는 부케가 일품이어요, 호호호… "

샤블리 와인이 높은 산도와 싱싱한 과일향, 직선적이라면, 이보다 남쪽에 있는 꼬르똥 샤를르마뉴와 몽하쉐는 보다 넉넉한 느낌이 관록의 여왕을 보는 느낌이다.

이 중에서도 Montrachet 는 세계 최고의 위대한 백포도주이다. 고고한 기품과 화려함을 두루 갖춘 장엄한 백포도주 라는 찬사는 굳이 성현이 아니더라도 느낄 수 있다. 알렉산더 뒤마는 "Le Montrachet 는 < 모자를 벗고 무릎을 꿇고 > 경건하게 마실 것" 을 권고했다 한다.

그럼... 우리의 스테판은 ?

" 복숭아와 살구로 대표되는 고상한 과일향 과 견과향 (개암), 달콤한 꿀과 꽃향기... 구운 빵과 향신료로... 끝없이 이어지는 복합미가... 마치 고딕 대성당에서 울려 퍼지는 장엄한 Magnificat (성모찬가) 와 같다 "

허걱!

" 스테판, 당신은 너무 감상적이어서 탈이군요…빨리 장마가 그쳐야 할텐데… 쯧쯧"
그나저나… 이렇게 쏟아지는 비를 보노라니, 멜랑꼴리를 달랠 한 잔의 샹파뉴가 생각나지 않아요? "

아! 그렇지! 스파클링 와인까지 만들지, 샤르도네는.

일반 샤르도네가 "소나타" 라면, 샹파뉴는 "교향곡" 이다. 피노 형제들과 함께 스파클을 만드는 블렌딩에 함께 참여하여, 특유의 귀적적 활기와 장기 숙성 능력을 준다. 그러나 때로는 "소나타" 를 연주하고픈 욕심에 솔로로 뛰기도 하는데… 이름하여… Blanc de blancs.

" 우리들은 샹파뉴에서도 Cote des Blancs 이라는 지역에서 주로 자라지요. "

Bollinger 가 적포도 샹파뉴의 황제라면, 샤르도네의 최고봉에 Krug 의 Clos du Mesnil 이 있다. 한 해에 약 10,000 병만을 생산하는 절제와 1,85 ha 라는 포도밭 면적은 마치 "로마네 꽁띠" 를 연상케 한다.

놀랄만한 힘과 활기, 언제나 생기를 잃지 않는 복합미속에 솟아오르는 기포는 가히 샹파뉴의 걸작이다.

땅으로 내리는 빗방울과 위로 솟아오르는 기포의 기묘한 대조 !
그 긴 플륏트 잔을 통해 보이는 샤르도네의 별빛 눈망울...

...

사라지는 샤르도네가 남긴 연노랑 점댕이 치마의 여운이 눈에 가득한데….

그의 손가락은 휴대폰에서 샤또마니의 번호를 누르고 있다.

중앙대 와인 소믈리에 과정 교수
손 진 호


1. 프랑스 샹빠뉴 지방의 추위도 잘 견디고 호주의 더위도 잘 감내한다. 또한 양조 방법에 따라서 다양한 마술이 가능한 품종이기도 하다. 귀족적 품위와 우아함을 간직한 부르고뉴의 그랑크뤼 와인, 새콤달콤하며 발랄한 신세계 와인, 거품과 기포로 세련되게 치장한 샹빠뉴 스파클링 와인 등이 샤르도네가 연출한 다양한 스타일이다.

이 품종은 특히 오크(참나무)통 발효와 숙성을 통하여 더욱 자신을 계발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오크의 나무 향과 타닌 성분을 받아들여 과일향과 바닐라향이 녹아든 복잡미묘한 향을 형성하며 입안?【?느끼는 질감의 조화를 더욱 세련되게 유도한다.

2. 70년대초, 높은 알코올도수에 새오크를 과도하게 사용한 "파워있는" 스타일에서 지금은 보다 은은하며 부드러운 그러면서도 힘과 볼륨감에 기초한 와인이다.


- 저작권자ⓒ WineOK.com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1. 샤르도네 (Chardonnay)

    비가 대쪽처럼 퍼붓는다. 시황에 민감한 신문은 연일 가뭄과 그 피해상황에 대해 설명하면서 "어떻든" 비가 와야 산다고 했던 적이 바로 엊그제다. 그런데 그 신문은 일주일도 되지 않아 이젠 장마로 인한 침수를 걱정하고 있다. " 우리나라도 '한' 기후 하지 ...
    Date2003.12.11 Category와인의 품종
    Read More
  2. 소비뇽 블랑 (Sauvignon blanc)

    "꾸꾸- !! 누구게~ " 안녕? 소비뇽 블랑이예요. 그냥 짧게 소비뇽이라고 불러주세요~ 요즘같이 태양이 따사롭게 빛나는 초여름이면 생각나는 와인?? 맞아요, 풀꽃 같은 와인 소비뇽이죠, 뭐! 어쩜 날씨도 이리 좋아요? 마치 내가 소개를 하러 나온 걸 아나봐~ ...
    Date2003.12.11 Category와인의 품종
    Read More
  3. 피노 누아(Pinot Noir)

    멋진 비디오와 함께 한 주의 휴가를 잘 보낸 스테판은, 오랜만에 돌아온 사무실에서 버릇처럼 메일을 확인했다. "귀하의 계좌에 5 통의 메일이 도착해 있습니다 " 으이? 왠 메일이 이렇게 많이... 모두가 각국의 피노 누아 생산자들에게서 온 것들이었다. 휴가...
    Date2003.12.11 Category와인의 품종
    Read More
  4. 세미용(Semillon)

    리슬링 (Riesling)의 '수다' 와 시라 (Syrah)의 '허무개그' 사이에서 잠시 갈피를 잡지 못한 우리의 스테판. 그는 머리를 크게 한 번 가로 저었다. " 음, 이런.. 난 좀 휴식이 필요해... 하긴 뭐 그렇게 급할 것도 없지..." 머리가 이렇게 혼잡할 때 스테판이 ...
    Date2003.12.11 Category와인의 품종
    Read More
  5. 시라 (Syrah)

    ".........." 그렇게 묵묵히 리슬링의 수다를 듣고 있던 스테판은 연신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대충 자기 소개를 끝내주었으면 좋으련만... 이 수다스런 부인은 자기 PR에 너무 열중한 나머지 도무지 마이크를 놓으려 하지 않는다. 예의를 갖춰 돌려 보내려 했...
    Date2003.12.11 Category와인의 품종
    Read More
  6. 리슬링(Riesling)

    나 ? 리슬링(Riesling) 이라고 해. 내가 스테판의 머릿속에 제 일착으로 떠오른게 당연하지!!! 70년대 한국에서 포도주를 만들려고 했을 때도 선택된 게 나 아니었겠어 ? 그 뿐 아니라 그 이전에도 중국에서, 일본에서 처음 포도주를 만들려고 했을 때도 역시...
    Date2003.12.11 Category와인의 품종
    Read More
  7. 스페인의 화이트 와인 품종

    White Wines from SPAIN 덥고 건조한 지중해성 기후 때문에 스페인 하면 레드 와인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불과 2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스페인에서 재배되는 품종의 80%는 사실 화이트 와인 품종(높은 기온을 견딜 수 있고 수확량이 많은)이었다. 그럼에도 ...
    Date2003.12.11 Category와인의 품종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8 9 10 11 12 Next
/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