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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이 식초로 변해버리지 않고 품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보관하는 문제는 수천 년 동안 계속된 고민거리였다. 예를 들어 고대 그리스에서는 와인에 꿀을 섞고(당분이 보존제 역할을 함) 올리브 오일을 위에 부은 뒤(공기 차단) 커다란 도자기 항아리에 넣어 서늘한 땅속에 묻었다. 16세기에는 유럽에 수출하는 와인을 오래 보존하기 위해 브랜디와 섞어 알코올 도수를 높게 한 무겁고 강렬한 와인을 만들었다. 영국, 아일랜드 혹은 북유럽으로 수출되는 와인은, 도착지까지 도달해서도 여전히 마시기 좋도록 원래의 와인에 주정 강화를 충분히 하는 것이다.
 
주정 강화를 하지 않은 어리고 신선한 와인은 즉시 소비되었는데, 이런 와인은 대단히 매력적이었고 역사적으로도 오래된 와인보다 항상 값이 비쌌다. 와인을 숙성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저장하는 방법은 병과 코르크를 사용하게 된 18세기 이후에 비로소 관습화되었다. 와인을 코르크 마개로 막아 병에서 숙성시키면 식초로 변하지 않을 뿐 아니라 어떤 와인은 품질이 향상되었는데, 특히 레드 와인의 경우에는 더욱 그러했다. 이때부터 처음으로 잘 숙성된 오래된 와인이 어린 와인보다 더 높은 가격에 팔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품질을 더욱 높이기 위해 ‘와인을 저장하는 것’이 낭만적이면서도 유행에 어울리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코르크는 코르크 오크나무의 껍질로 만드는데 포르투갈 남부, 스페인, 알제리 등의 바위가 많고 메마른 토양이 원산지다. 코르크 조직의 구성성분은 경이롭다. 1인치 입방체당 14개 면적으로 된 약 2억 개의 공기로 채워진 세포가 들어있다. 비중(Specific Gravity)이 0.25인 코르크는 물보다 네 배 더 가볍고, 탄성이 대단해서 1인치 입방체당 6.350kg의 압력을 견딘 후에도 원래 모양으로 순식간에 돌아온다. 코르크는 공기가 투과하지 못하고 물도 거의 침투하지 못한다. 잘 타지 않고 온도 변화와 진동에 저항력이 있으며 썩지 않을 뿐 아니라 코르크를 넣는 용기의 윤곽에 맞게 자체의 모양을 형성하는 능력이 있다.
 
 
와인이 상했다?
 
와인은 병입 및 운송 과정이 진행된 후에도 계속해서 변화한다. 심지어 와인 판매점 진열대 위에서도 이런 변화는 계속된다. 비록 좋은 상태로 생산자의 손을 떠났다 해도 소비자에게 가끔 손상된 와인이 배달되는 경우가 있는데, 가장 흔히 발생하는 문제 중 하나는 와인이 코르크화(Corked)되는 경우다. 이는 트리클로로아니솔(TriChloroAnisole 또는 TCA)이라는 화합물 때문인데, 주로 코르크에 번식하는 곰팡이로 인해 생성된다. 이렇게 코르크화된 와인은 곰팡내와 흙냄새(더럽고 축축하게 젖은 천 같은 냄새)가 난다. 이런 와인은 무미건조하고 씁쓸한 맛이 나며 과일 향이 사라지고 아무런 특징이 없다. 와인이 코르크화될 확률은 2-5%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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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생산자에게 코르크 냄새의 발생이 특히 골칫거리인 것은 대부분의 소비자가 코르크 냄새를 지각하지 못하기 때문에, “코르크의 결함 때문에 와인이 변질됐다”라고 생각하지 않고 단지 와인이 맛이 없다고 판단하여 다시는 그 와인을 찾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와인이 코르크화되는 가장 큰 이유는 와인생산량이 전세계적으로 증가하면서 좋은 품질의 코르크를 구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현실 때문이다. 좋은 코르크는 외관상으로나 감촉이 단단하고 견고한 반면, 품질이 떨어지는 것은 스펀지 같고 코르크 안에 흠집이나 심지어는 구멍들이 있다. 양질의 와인을 생산하는 많은 업체들은 와인의 품질을 훼손할 수도 있는 하급 코르크 사용을 배제하고, 합성 재질 마개나 돌려서 여는 스크류 캡(Screw cap)을 사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돌리는 추세다. 연간 150억 개 정도 생산되는 코르크는 2000년대 들어서 판매량이 차츰 줄기 시작했으며, 스크류 캡과 같은 대체 마개의 등장은 코르크 마개 생산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호주, 뉴질랜드, 미국 등 신세계 와인생산자들을 중심으로 스크류 캡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가고 있지만, 오랜 전통과 역사를 지닌 코르크에 대해 여전히 많은 와인생산자들이 애착과 믿음을 버리지 않고 있다. 그들은 와인이 병 안에서 숙성하는데 코르크 마개가 많은 기여를 하며, 아로마가 풍부한 화이트 와인에 스크류 캡을 사용하면 산소 부족으로 인한 환원(reduction, ‘산화’의 반대) 작용으로 인해 풍미가 오히려 감소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한 와인생산자는, 이러한 점 때문에 그들이 생산하는 고급 소비뇽 블랑 와인에 다시 코르크 마개를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Telegraph, 2011.3). 와인생산자들이 이렇게 코르크의 기능에 집착하는 한편, 소비자들은 코르크가 주는 낭만적인 매력을 쉽게 뿌리치지 못해서 코르크 마개를 선호하기도 한다.
 
 
대안은 스크류 캡?
 

3.jpg스크류 캡은 TCA에 오염될 염려가 없어 코르크보다 더 안전성이 높고 와인이 코르크화될 가능성이 없다는 이유로 인기를 끌고 있다. 2009년에는 전체 와인 마개 생산량 중 스크류 캡이 차지하는 비율이 15%에 달했는데(Decanter.com 2009.3), 특히 신세계 와인 산지를 중심으로 저렴하면서 코르크를 대체할 수 있는 마개가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뉴질랜드와 호주의 경우 스크류 캡은 저가 와인은 물론이고 점차 고가 와인으로도 사용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스크류 캡을 사용할 경우 와인으로 침투하는 산소의 양이 매우 적기 때문에 와인의 과일 풍미가 오래 유지되며 와인이 산화되는 속도가 느리다. 과일 풍미가 지배적이며 4-5년 이내에 마실만한 와인을 주로 생산하는 신세계 와인 산지에서 스크류 캡을 많이 사용하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이 때 산소의 부족은 환원(reduction, 산화의 반대)으로 이어지는데, 환원 작용이 과다할 경우 와인에서 불탄 성냥, 양파, 마늘, 양배추, 견과류, 땀냄새 같은 유쾌하지 못한 향이 나기도 한다. 하지만 그 확률은 코르크 마개를 사용할 경우 발생하는 TCA 오염의 확률(2-5%)보다는 훨씬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낮은 수준의 환원은 와인에 미네랄 풍미 또는 녹색 후추(green pepper)이나 블랙 커런트(black currant)같은 향을 부여하기도 한다. 이는 과다한 산화(oxidation)는 문제가 되지만 일정한 수준의 산화는 와인의 풍미에 일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현재 스크류 캡은 일찍 소비하는 신선한 화이트 와인이나 쉽게 마실만한 레드 와인에 주로 사용되고 있는데, 스크류 캡으로 밀봉한 와인을 장기간 숙성시킬 수 있느냐의 문제는 아직 명쾌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코르크의 역할이 외부의 공기가 병 속으로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는 것인 만큼, 스크류 캡과 같은 대체 마개가 코르크보다 품질이나 기능이 떨어진다는 생각은 타당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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